환상적인 그림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책을 고를 때도 표지 그림의 청록색 계열이 주는 신비로움과 나무 줄기들이 꿈틀거리는 것 같은 느낌에 매료되어서이다. 본문의 그림들도 살펴보면 나무에 눈이 그려져 있는 모습하며 바위들이 얼굴모양을 하고 있는 모습 등은 생명을 불어넣은 것 같고, 본문까지 이어진 그림들은 살아 꿈틀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스위스의 옛이야기인 <바람이 휙, 바람이 쏴>는 ‘숲의 요정들이 들려 주는 꼽추 형제 이야기’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다. 옛날 깊은 산 계곡에 메오와 레오라는 꼽추 형제가 살았다. 멀리서 보면 둘은 쌍둥이처럼 보였지만 둘의 성격은 아주 달랐다. 형 레오는 남을 잘 도와주고, 친절했지만 동생 메오는 말도 거칠고 걸핏하면 가축을 때리고, 식물들도 잘 돌보지 않았다.
가을에 눈이 오기전에 산 너머에 있는 오두막집 지붕에 기왓장이 빠진 것을 고치러 가야 되는데 동생차례가 되었지만 동생은 싫다고 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형 레오가 먼 길을 떠난다.
밤중에 바람이 불어 길에는 낙엽이 수북이 쌓였다. 잘 익은 알밤들이 낙엽들 사이사이로 숨어 있다. 레오는 걸으면서 알밤을 열심히 주워 모았다.
힘겹게 산을 올라가던 레오가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다. 개미들은 레오가 자기 알들을 헤칠까 봐 알들을 모으고 있다. 레오는 아무짓도 안할 거라며 개미들을 안심시키고 빵을 꺼내 먹는다.
레오는 가시나무를 만나 팔과 다리가 긁히고, 가시 열매가 옷에 붙지만 그것마저 살살 떼낸다. 둥근 원을 만든 신비로운 빨간 버섯들을 보며 먹을 수는 없지만 재미있게 생겼다고 말한다.
레오가 어렸을 적 부터 좋아했던 깊은 계곡도 만난다. 바위들을 보면 얼굴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바위 사이의 폭포가 시원하게 보인다. 본문까지 이어져서 그 맛이 더하다.
나무 그늘 아래에 숨어 있는 두꺼비를 보며 레오는 두꺼비 눈이 참 예쁘다고 생각한다. 글 편집이 돋보인다.
밤이 되자 레오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밤을 구워 먹고 잠이 든다. 레오가 잠이 들자 숲의 요정들이 걸어나와 레오를 살피고 쑥덕쑥덕 이야기를 나눈 후에 레오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기로 한다.
레오의 모습이 변한 것을 볼 수 있다. 숲의 요정들은 레오의 착한 성품에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변신시켜 준 것이다.
산에서 내려온 레오를 보고 깜짝 놀란 메오는 자신도 산에 올라간다. 가는 길에 가시나무를 만나자 사정없이 내리치고, 버섯은 독버섯이라고 짓밟는다. 두꺼비를 보곤 못생겼다 놀려대고, 숲에다는 돌을 던진다. 잠이 든 메오에게 숲속의 요정들은 특별한 선물을 준다. 그것은 바로 더 못생기게 만든 얼굴에다 더 큰 혹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메오를 보고 레오는 놀란다. 시무룩해진 메오는 깊은 생각에 빠지고 그제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 옛이야기 중 혹부리 영감을 연상시킨다. 착한 마음을 가지면 행운이 찾아오고, 나쁜 마음을 가지면 화를 부른다는 교훈을 준다. 살다보면 어떤 사람은 끊임없이 불평을 하는 가 하면 같은 조건에서도 여유로운 사람이 있다. 나도 대체적으로 불평하는 쪽에 속하는 인간이라서 이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는다. 메오처럼 나도 뭔가를 깨닫은 것일까. 여섯 살부터 읽을 것을 권장하고 있는 이 책은 아이들이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그림에 매혹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