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미술관 1 – 판타곤의 세계로 들어온 자, 경솔한 수면자를 기억하라!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6월 10일 | 정가 13,000원

헤르마프로디테.  신화 속 헤르메스와 아프로 디테의 아들 헤르마프로디토스가 요정 살마키스와 한 몸이 되어 헤르마프로디테가 되었다.  1. 남성과 여성 생식 기관 둘다 가진 동물 또는 식물   2. 여러 요소들의 조합  – 웹스터 제3판 국제 사전 중에서

책 표지 부터 머리를 아프게 했다.  레오나르드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마르쉘 뒤샹의 수염난 모나리자로 바뀌어져 있는걸 본 순간부터 뭔가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금액을 추정할 수 조차 없다는 멋진 그림에 마르쉘 뒤샹은 수염과 조금 더큰 쌍꺼풀을 이용해서 중성스럽다 못해 남성화를 시켜놓았다.  책장을 넘기자 마자 알려주고 있는 헤르마프로디테와 그에 어울릴 만한 뒤샹의 <수염난 모나리자>.  400페이지가 넘는 이 책, 무엇을 말하려고 이런 이야기로 책을 열고 있일까?

 

“내 책들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판타곤’이다.”

랄프 이자우의 독일 홈페이지에 들어가자 마자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란다.  모모의 작가 미하엘 엔덴이 자신의 후계자로 인정한 이 대단한 작가는 환상, 상상을 의미하는 판타지(Phantasie)와 다각형을 뜻하는 어미, -타곤(-tagon)을 합친 새로운 개념을 이야기 한다.  여러 문학 형태와 장르가 복합적으로 녹아있는 문학 작품을 말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가 이야기 하고 있는 “판타곤”에 너무나 부합되어 지는 <거짓의 미술관>을 읽고, 그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알수 없는 남자가 나무상자 속에서 자고 있다. 붉은 담요를 덮어쓰고.  그 밑에 있는 그림들도 요상하다. 거울, 중절모, 사과, 양초, 비둘기, 그리고 파란 리본.  르네 마그리티의 <경솔한 수면자>다.  어둠을 배경으로 비석같기도 하고, 돌 판 같기도 한 돌덩이와 나무 상자 안에서 잠이 들어있는 이상한 남자.  전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같지 않은 경솔한 수면자가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헤리메스와 아프로디테의 아들 헤르마프로디테가 이 이야기의 시작이면서 끝이었다. 

 

파리의 루브르 미술관,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오스트리아 빈의 예술사 박물관에서 세기의 작품들이 사라졌다!  소설의 시작은 파리의 루브르 미술관. 조각상<잠든 헤르마프로디테>가 폭발한다.  루브르 다음엔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던 르네 마그리트의 <경솔한 수면자>가 도난당하고, 그 다음엔 오스트리아 빈의 예술사 박물관의 루카스 크라나흐의 「에덴 낙원」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유럽 전역의 유명 박물관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예술품 도난 현장에는 어김없이 그 아래에 르네 마그리트의 <경솔한 수면자>(The Reckless Sleeper)에 그려진 물건들이 하나씩 놓여 있다. 거울, 붉은색 담요, 황금 사과,비둘기, 양초..‘두뇌’라고 불리는 이 사건의 배후 인물은 범죄 현장에 ‘경솔한 수면자’ 속에 그려진 사물들을 하나씩 남겨 둠으로써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사건속에는 중성적인 매력의 과학 기자 알렉스 다니엘스와 이 모든 예술작품의 소재지인 미술관들이 보험을 든 미술품 보험회사인 ‘아트케어’의 보험탐정 다윈쇼우가 함께 하고 있다.

 

바이올렛의 신비한 눈동자를 가진 그녀 알렉스.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는 그녀 주변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누군가 그녀를 죽이려 한다.  어느 순간부터 다윈은 그녀를 홀로 둘수가 없어, 그녀 곁을 맴돌고, 그녀가 연재하고 있는 <거짓의 미술관>과 <경솔한 수면자>의 연관관계를 찾기 시작한다.  그녀 주위에는 끝임없이 그녀와 같은 지문과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그녀를 지키기위해 알렉스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다윈은 알렉스가 자신이 괴물이라고 칭했던 <헤르마프로디테>임을 알게된다.  그러면서 알렉스와 다윈은 미술품 도난 사건의 배후와 범인의 의도, 다음 사건을 예측하기 위해 힘을 합치고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알렉스는 살해 위협을 받고, 양성이라는 자신의 비밀이 이 사건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1권은  인류의 보물이라고 칭하는 그림들의 도난과 함께 알렉스와 다윈의 미묘한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와 함께 알렉스와 똑같이 생긴 테오, 테리, 케빈과 같은 인물들이 나온다.  그들은 쌍둥이 일까? 진화론과 창조론의 끊임없는 대결구도를 이루면서 이야기는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1권만으로는 알수 가 없다. 하지만, 알렉스는 진성 헤르마프로디테(두개의 성을 완벽하게 가지고 있는 헤르마프로디테를 진성이라고 한다)로써 다윈과 묘한 관계를 맺고 있다.  알렉스의 진실을 몰랐을 때의 다윈의 행동과 그 후의 변해가는 다윈을 보면서 이 둘의 관계가 사뭇 궁금해 지게 만든다.  알렉스가 말하는 두뇌 “테오”와의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하지만, 정말 그 두뇌는 “테오”일까?  아니면 “경솔한 수면자”는 뒤에서 조용하게 스파이처럼 숨어있는 것일까?  궁금하다면 2권을 펼쳐야 한다.  판타곤의 세상을 만들어 내는 랄프 이자우의 세계속으로 빠지게 될 준비는 이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