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으면 책 너머로 책 속의 전경이 펼쳐졌다. 공룡이 초원에 있었고, 도시를 활보했고, 전투를 했다. 인간이 그들과 어울렸고 교감했다.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온 환상적인 이야기.
-개척정신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계속 되새김질 되는 ‘개척정신’이라는 단어가 이 책과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공룡의 새로운 모습을 만들었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과거의 생물인 공룡이 지구의 역사가 다시 시작되는 미래에 등장한다. 그것도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인간과 교감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공룡이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거대하고 거칠고, 인간과 적대시 되는 모습이 아닌 인간과 같이 공존하며 인간세상에서 하나의 주체로 자리 잡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너무 평화로워 보이는 공룡들의 모습이다. 공룡들의 전투장면은 제외하고서…….공룡에 대한 생각을 바꿔 볼 수 있었던 신선했고 새로운 이야기였다.
-교감
소년 빈과 공룡 타로의 교감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작은 인간과 거대한 공룡이 어떻게 교감을 나눌 수 있을까? 그건 단순히 훈련으로 쌓을 수 있는‘텔레파시 정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텔레파시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혼과 마음까지 전할 수 있는 정신적인 교류. 그것이 ‘교감’이라는 안성맞춤의 단어로 잘 표현되었다. 빈과 타로의 교감은 이야기에서 짧은 단어로 표현되었지만 그 속에는 많은 감정들과 의미가 담겨있었다. 그 감정과 의미를 되새겨보는 재미도 꽤나 쏠쏠했다.
빈이 속삭이는 이야기를 그냥 글로 옮겼다는 작가 한상호님. 그렇다면 작가 한상호님은 자신의 가슴을 시나브로 채웠던 빈과 교감을 하였던 것일까?
-열린 결말
실망해야할까? 안도해야할까? 결말에서 잠깐 갈등했다.
결말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좀 더 멋있게 표현되기를 바랐다. ‘마지막 결말에는 얼마나 멋진 공룡들의 전투장면이 전개될까?’ 책장을 넘기면서 너무나 큰 기대를 가졌다. 기대를 가졌기 때문에 실망했다.
그러나 안도했다. 두 멋진 주인공이 우리에게 우리의 몫을 남겨주었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그림
책표지 안쪽에 자리 잡은 여러 마리의 공룡과 각 장의 앞을 장식했던 그림을 오려붙여 표현한 그림들은 이야기를 충분히 돋보이도록 해주었다. 책장을 넘기면서 다음 이야기도 궁금했지만 다음 그림도 궁금했다. 간결하지만 끌림이 있는 그림이었다. 작가의 블로그를 구경했다. 그 곳에서 많은 빈의 얼굴을 볼 수 있어 즐거웠다.
책은 두꺼웠고 이야기는 길었지만 책을 읽어 내려가는 시간은 짧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