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비를 재미나게 볼때만 해도 호랑이를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은 아들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호랑이가 무섭게 느껴질 나이가 되었는지 호랑이 등 맹수류를 유난히 무서워하고 있답니다. 동물 미니백과책에 부록으로 들어있던 동물 미니모형들이 있는데, 집안 곳곳 뿌려져 있어서 신랑이 주만지 같다고 할 정도인데요. 아들이 그 중 호랑이 인형을 꺼내 제게 내밀길래, 인형들 모아두려고 정리한 통에 같이 넣으니 휙~ 하고 던져버리네요. 왜냐고 물으니 호랑이는 무서워 갖고 놀기 싫답니다.
나는야 길위의 악당, 흔히 생각하듯, 진짜 심술궂은 포식자인 호랑이 등의 맹수류가 악당으로 나왔으면 아들이 무서워했을 것 같은데, 이 악당은 뾰족 나온 앞니가 귀여운 찍찍이 생쥐랍니다. 그런데, 참 못됐어요. 길 위를 지나가는 모든 동물들의 먹을 거리를 빼앗아 가버리죠.심지어 고양이의 우유까지도 강탈합니다. 어라? 주인공 생쥐 아니었나? 하지만, 심술이 지나치면 무서운 것도 없나 봅니다. 게다가 자신에게는 필요도 없는 것들까지도 빼앗는 재미에 심술궂게 모조리 가져가버리지요. 갈수록 생쥐는 살이 찌고, 동물 친구들은 뺴뺴 말라갑니다. 보기에 다 안쓰러울 정도로요.
참참, 길 위의 악당이 동물들을 협박하며 내놓으라고 하는 음식들을 보니, 어딘가 낯익은 음식들이예요.
바로 우리 꼬마친구들도 좋아하는 음식이지요. 우리 아이도 크림, 케이크 등을 좋아하고, 또 많은 아이들이 사탕과 초컬릿을 좋아하는데.. 길 위의 악당, 그러고보니 꼬마친구들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네요. 집안의 무법자처럼 행동할 때가 종종 있잖아요.
예전엔 힘이 없어 냉동고 문을 못 열더니만, 이제는 제법 손에 힘이 생겨서, 냉동고 문을 열고 짜먹는 요구르트 얼린 아이스크림을 들고 뛰어옵니다. 아이스크림을 하도 좋아해 조절해주고 싶은데 스스로 꺼내먹으니, 못하게 해도 말을 들을 때도있지만, 생쥐처럼 말을 안들을때도 있어 난감하지요. 귀여운 악당 생쥐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네요.
특히나 빵류를 좋아하는 생쥐, 갈수록 친구들의 식량을 빼앗아 뚱뚱해지고, 그러던 어느날 낯선 오리가 빈손임을 깨닫고 잡아먹으려 합니다. 이런, 귀여운 생쥐가 아니었네요. 아뭏든 오리가 위기를 모면하면서 생쥐로부터 친구들을 구해내는 장면이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했어요. 게다가 동굴 앞에서 메아리를 이용한 반응은 정말 아귀가 너무 딱딱 맞아떨어져가 읽는 내내 웃었구요.
아이와 엄마 모두 재미나게 본 책, 나는야 길위의 악당, 친구 것을 탐내고 욕심을 많이 부리는것이 얼마나 추한 일인지 직접 알게 해주는 일이었네요. 그래도, 초라해진 생쥐지만, 그렇게 불행해보이지만은 않아요.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라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엄마도 즐겁게 읽은 책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