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표지를 보면 악당의 모습은 마치 ‘쾌걸 조로’와 같은 의적을 연상시킨다. 아이들 동화니 당연하지 싶다. 그런데 책을 펼쳐서 읽다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훔치거나 강제로 빼앗는다. 태도가 거친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 악당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정말 치사하고 형편없는 녀석이지 싶다. 자신에게는 필요도 없는 음식들을 빼앗아 가면서 어찌나 악평을 해대는지….입맛 떨어지게 생겼다는 둥 맛도 없고 얇다는 둥. 다섯 살 딸아이는 찍찍이를 만나면 발로 뻥 차주고 싶단다. 하지만 이 지독한 악당의 삶도 어느 날 빨강스카프 얌전히 두른 오리를 만나면서 완전히 바뀌고 만다. 이 악당은 욕심이 넘쳐 오리의 꾀에 속아 동굴에 들어서고 다음 오리는 말과 음식을 모두 갖고 와 동물친구들과 잔치를 벌인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이제 찍찍이는 끝이구나 싶었다. 동굴 속에 큰 무시무시한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아서….그런데 다시 이야기가 이어진다. 찍찍이가 정말 찍찍이처럼 살아간다. 도시에 있는 수많은 평범한 쥐들처럼. 부스러기를 먹어치우면서…..이런면 이 이야기 찍찍이가 벌을 받은 것인가 아니면 새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것인가 이래 저래 결말은 좀 씁쓸하다. 그래도 아이는 잔치를 벌인 장면을 가장 기분 좋아했다. 이 책은 나의 기대를 살짝 살짝 벗어나거나 끝나는 듯 싶다가 다시 이어지는 구성이 재미있었다. 나는 잔치장면에서 끝나는 듯 읽다가 아이에게 찍찍이는 어떻게 되었을까?하고 물었다. 그 다음에 다시 책장을 넘기며 “어 ! 아직 안 끝났네”하면서 읽어주니 더 좋아했다. 그리고 악당의 대사는 소리내어 읽어보면 나름의 운율을 지니고 있어서 리듬감 있게 읽어주면 더욱 즐거워한다. 특히 길 위의 악당-부분은 크고 무시 무시하게 노래처럼 읽어보시라 아이들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당신을 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