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초등고학년 대상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삶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마술사의 부름으로 우연히 고향을 떠나 영문도 모르는 곳으로 불려나온 코끼리를 중심으로 각각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동생을 찾으려는 피터와 노병, 수녀, 석수장이, 개, 거지, 고아, 경찰 등등..
피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지만 참 많은 인생이 얽혀 있다. 대부분의 어린이 책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시키지만, 이 책은 딱히 누구를 주인공으로 정하기 쉽지 않다. 다들 나름대로의 삶이 있고 그 삶으로부터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견뎌내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하는 말로 ‘사연’이 있는 인생들인 것이다.
누구의 인생이 성공적이라거나, 비참하다거나, 실패한 인생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야 말로 성공/실패와는 그 성질이 다른 사연많은 인생이기 때문이다. 내 삶에 얽혀 있는 타인 삶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부모님, 남편, 시부모, 직장동료, 친구, 학교 선생님, 아이들, 아이들의 친구.. 또 언제 어딘선가 물건을 사고팔며 만났을 상인들, 버스나 전철에서 우연히 부딪혀 출근/퇴근 시간 내낸 옆에 서있었을 사람들.. 그들은 나로인해 기분이 좋았을 수도 나빴을 수도 있었겠다. 생각하고 싶지는 않으나, 나와의 만남으로 인해 그네들 삶에 한 조각 불행이나, 불쾌함이 있었다면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코끼리가 자기 자리에 있지 못하는 불행한 상황이 해결되어 자신의 부모 형제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 가는 책의 마지막에, 얽혀 있던 사람들의 삶도 해결이 된다. 완전한 해결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맘속에 가만히 웅크리고만 있었던 , 소망하고 있었던 그 무엇인가가 어떤 방식으로든 수면위로 떠올라 제대로 인식이 되고, 나아가 ‘해결’되는 이야기의 끝이 맘에 든다.
가만히, 내 삶도 생각해 본다. 나는 내 삶을 꺼내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객관적으로 그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내 삶은 평가대상이 아니라 그 사연을 들어줘야 하는 하나의 이야기이다. 누구의 삶이 그렇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