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그림책- 세상의 모든 아이들(vs 『거짓말 같은 이야기』)

연령 6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9월 16일 | 정가 12,000원

글과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풍성한 그림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림에 글이 들러리를 선 것인지, 글에 그림이 들러리를 선 것인지 아리송한 그림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은 피부색이나 사는 곳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살아가는 모습은 다르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제를 조곤조곤 시를 읊듯이 들려주고 있는 인권 그림책이다. 액자틀의 느낌을 주는 테두리 그림의 문양도 독특한 분위기를 내고 그림도 색다른 느낌을 준다. 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만 남고 휑뎅그렁하고 단조로운 스타일의 이야기가 큰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림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가 기존 그림책들과 다른 느낌이 들어서 작가 프로필을 살펴보니 그림 작가에 대해서는 한두 줄의 평범한 소개글이 전부다. 글 작가인 멤 폭스가 중심이 되어 만든 그림책인 듯하다. 어린이책 작가이면서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이고, 선교사인 부모님을 따라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 짐바브웨이에서 보냈다하니 미국이나 유럽 그림책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그림 문양의 느낌과 인권에 대한 주제가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가끔은 그림책의 분위기와 이야기의 소스를 나름대로 유추해 보는 것도 그림책을 즐기는 재미 중 하나다. 


다른 문화권, 다른 인종이 차별의 기준이 되지 않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그림과 곁들인 차분한 어조로 부드럽고 다소 밋밋하게 전하는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과 조금 다른 접근 방식을 택한 국내 그림책이 있다. 강경수의 『거짓말 같은 이야기』. 배고픈 동생을 위해 지하 갱도에서 오십 킬로그램도 넘는 석탄을 실어 올리는 키르기스스탄의 하산, 가족의 빚을 갚기 위해 하루 열네 시간씩 카페트 공장에서 일하는 인도의 파니아, 말라리아에 걸리고, 맨홀뚜껑 아래서 혹은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살고, 전쟁터에서 총을 잡아야 하는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의 모습을 대한민국의 평범한 개구쟁이 솔이의 모습과 겹쳐서 담담하게 전해주고 있다. 아이들의 인권이 보호되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같은 맥락의 인권 그림책이지만 시를 읊듯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리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 비해서 주제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다. ‘세상사람 누구나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요.’처럼 주입식으로 들려주는 문장보다는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의 실상을 단 몇 줄의 글에 담아서 담담하게 전하는 문장이 보호되어야 하는 어린이들의 인권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끄집어낸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훌륭한 주제라도 풀어내는 이야기가 밋밋하다면 지루하고 재미없는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책, 결론적으로 이 글 첫 문장에서 말한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은 확실히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