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견디기 힘든 진실을 알게 될 때 당신의 선택은…….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11월 11일 | 정가 13,000원

자신이 사랑하는, 숭배하는 사람이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닐 때, 홀로 견디기 힘든 진실을 마주 쳤을 때 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영미권의 유력한 노벨문학상후보의 소설. 그저 포장인 듯 했다. 겉표지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눈에 튀지 않았는지 별로 끌리지 않는 턱에 이제야 꺼내보게 되었다. 겉치레보다는 속안을 봐야한다는 말처럼 초록 눈 프랭키는 날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프랭키는 우리 또래의 학교 수영부의 장래 있는 수영선수이다. 프랭키는 파티에서 성폭력을 당할 뻔 했을 때 자신의 강한 자아 프리키를 발견하게 되어 그때부터 프리키는 자신과 달리 모든 걸 알고 지켜준다고 믿게 된다. 한편 프랭키의 아빠 리드피어슨은 옛날 인기 있던 미식축구선수, 지금은 스포츠중계방송을 하는 유명인사이다. 반대로 프랭키의 엄마 크리스타 피어슨은 도예를 하거나 그림을 그려 자신만의 생활을 누리고 싶어 한다. 그 갈등과 리더 피어슨의 가정폭력으로 크리스타는 스카짓 하버로 가게 된다. 프랭키는 엄마가 자신들을 버렸다는 생각에 엄마를 경멸하게 되는데 지난 밤 아빠가 새벽에 몰래 돌아왔다는 것을 보고, 갑자기 엄마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고 되는데…….

가정폭력은 다른 보이는 폭력과 달리 보이지 않고 조용히 흘러간다. 집에서 감추고 시간이 흐르면 남다른 저항도 못한 채 그냥 새어나가지 않길 바란다. 그래서 더욱 위험하고 심각한 게 가정폭력이다. 여기서 리더 피어슨은 집에서의 독재자이고 자신의 말을 거역하는 사람에겐 극단적인 방법까지 취한다. 때문에 사만다(프랭키의 동생)와 프랭키 조차 아빠를 거역하면 큰 화를 당할지 알고, 매 맞는 엄마가 집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고 싫어한다.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가관이었다. 우는 애를 때리고 손목을 비틀어 멍을 내고 화를 내 상처를 주어도 자신이 화가 풀리면 다른 이들도 나처럼 금방 잊길 바라는…….리더피어슨의 실체가 공개될 때마다 점점 그 사람이 살인마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이혼은 자신의 명성에 흠집이 나니 차라리 죽여 버린다는 그 무서운 인간. 절대 자신이 후회하는 법이 없다. 후에 그 인간이 교도소에 갇히게 될 때 하는 말은 너무나 소름끼쳐 책을 다 읽어도 다 읽은 것 같지가 않았다.

“내 아내와 그 암캐 같은 네 이모가 너를 꼬여서 나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음모를 꾸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넌 내 딸이 아니야. 네 소중한 비키 이모에게 가서 그 여자의 차례가 다가오고 있다고 알려주렴. 내 아들은 내 딸들처럼 멍청이가 아니니까”

여기 프랭키와 달리 세뇌 속에서 살아가는 불쌍한 존재가 있다. 토드 피어슨. 프랭키의 배다른 오빠. 엄마를 4살 때 여의고(배위에서의 사고사라고 하지만 나는 리더 피어슨이 죽였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세뇌를 받아 엄마처럼 잘해주는 크리스타를 창녀, 계모라고 여기며 복수의 칼날을 간다. 후에 리키이모를 죽일꺼라고 언급하는 부분에는 소름이 쫘악 돋아 토드가 사고를 당했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했다. 소설 속에서 너무 짜증났지만(동생에게 욕을 하는 부분과 아빠하고만 말하는 부분) 한편으론 너무 불쌍해보였다. 안개속에 숨은 진실을 마주하지 못한채 거짓만 바라보고 아빠를 구원하겠다고 운동까지 벌이니 참 안돼 보였다.

어릴 때 학대를 받고부터 그게 집안의 당연한 순리인줄 아는, 아빠를 열렬히 숭배하는 나약한 프랭키. 그것이 거짓임을 깨달았을 때 내가 알고 있는 게 잘못됐다는 것을 알 때 바로 세울 줄 아는 강한 프리키. 놀랍게도 프랭키, 프리키. 모두 프란체스카 피어슨 하나의 존재이다. 프랭키가 보는 눈 속에 프리키가 보는 눈. 아빠에 대한 의혹은 풀리지 않음에도 아빠를 믿고 싶은 프랭키가 엄마의 일기장을 발견할 때의 기분이 어땠을까. 아빠의 위선, 가식 그리고 가발까지!(사실 멋쟁이 리드 피어슨은 머리숱이 별로 없어 가발을 썼다) 내가 프랭키라면 넘쳐 오르는 아빠의 배신감으로 그 자리에서 포기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진실을 알릴 용기조차 땅으로 꺼져버렸을 지도 모른다. 진실과 거짓에 마주하면 두려움이 덮쳐올수도 있고 온갖 방해의 손이 나의 입을 막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나와 아는 관계면 진실을 말하는게 더 겁이 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럴땐 내면의 강아 프리키를 꺼내 나를 필요로 하는 진실을 꺼내는게 이미 사라진 억울한 이를 구해줄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자, 나를 강하게 하는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