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종손이다 보니 어릴 적부터 참 많은 제사–기제사와 차례를 합쳐서 약 20번 정도–를 보아왔다. 어머니와 숙모님들이 제사음식을 준비할 때 나는 준비에 방해되지 않게 사촌들과 놀아주는 것이 내 몫의 일이었다. 조금 더 커서는 제기를 반짝반짝하게 윤이 나게 닦는 것으로 담당업무가 바뀌었고, 숙모님들이 많이 계신 덕분에 나는 제사음식 준비에는 끼어보지도 못하고 출가하게 되었다. 제삿날에는 참 할 일이 많다. 음식 준비는 기본이고, 제기와 제구를 씻어 윤이 나게 준비하고, 병풍도 꺼내놓고,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널어 놓은 빨래까지도 걷어서 정리해 놓아야 하고 한꺼번에 모인 사촌들이 싸우지 않게 재미나게 데리고 놀기도 해야 했다. 내게 어릴 적 제삿날은 매월 당연히 하는 월례 행사 같은 그런 것이었다. 조상님에게 음식을 통해서 정성을 바친다는 것은 한참 크고 나서야 알았다.
‘제사’를 소재로 한 재미있는 책이 한 권 나왔다. 민수는 할머니의 제삿날이 맛난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는 날이라 마냥 즐겁기만 하다. 그런 민수에게 제사의 의미, 제사 음식 준비, 상차리기, 제구 준비, 지방과 축문 쓰기, 제사의 지내는 순서, 절하기 등을 어울리는 그림과 함께 재미나게 설명해 주는 지식정보그림책이다.
제사가 많은 집에서 자랐던 이춘희 작가는 아이들 눈높이 맞는 설명과 함께 할머니의 따뜻한 정과 할머니를 기리는 효심 가득한 가족을 잘 묘사했다. 또한 《두근두근 탐험대》를 그렸던 김홍모 작가의 그림은 여전히 동글동글 다정해서 설명에 감칠맛을 더하고 책에 재미와 온기를 더해준다.
곧 설이 다가온다. 이 때는 ‘차례’를 지내며 조상의 은덕을 기린다. 우리 친구들이 제례에 대해 알고 나면 전보다 더 나은 설을 보낼 듯싶다. 제례를 통해 가족의 웃음꽃을 함께 피워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