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의 알콩달콩 우리 명절 시리즈는 칠월 칠석, 정월 대보름, 동지, 설날, 추석, 단오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의 대표 명절에 대해서 명절과 무관하지 않은 캐릭터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그 중 동지 이야기의 주인공은 팥죽 냄새에 푹 빠져버린 귀신 ‘단단이’다. 귀신 쫓으라고 쑤는 팥죽이 먹고 싶어서 사람 사는 마을로 몰래 내려온 귀신 이야기라니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질 예감이 팍팍 든다. 일곱 살 아이도 유치원에서 새알심 빚어보고 동지에 대해 배웠다고 희한한 귀신 이야기라며 귀를 쫑긋 세우고 책에 덤벼든다. 게다가 단단이의 엄마는 머리 풀어헤친 전형적인 ‘처녀 귀신’이라는 지적을 하면서 어떻게 처녀귀신이 단단이를 낳을 수 있는 거냐며 따져 묻는데 꼭 낳아야만 엄마냐고 입양이라는 것도 있지 않냐 하면서 서둘러 입을 막아버리고 책읽기에 집중했다. 이젠 툭하면 토를 달고 지적하고 따지고 들어서 미심쩍은 부분에 대해서는 답변을 준비해둬야 한다.^^
마을에서 올라오는 팥죽 냄새를 맡고 먹고 싶다고 떼를 쓰는 단단이에게 엄마는 팥죽은 세상에서 가장 나쁘고 무서운 거라고 단호하게 일러준다. 하지만 엄마 몰래 마을로 내려온 단단이는 은곰이네 집으로 숨어들게 되는데 은곰이 엄마는 은곰이에게 집안 구석구석에 팥죽을 뿌려 놓으면 귀신이 기운을 빼앗겨 접근하지 못한다는 말씀을 하신다. 겁먹은 단단이는 팥죽 맛도 못보고 팥죽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만 다니게 된다. 은곰이네 팥죽을 나눠주러 들른 장수가 팥죽을 싫어해서 먹지 않으려고 하자 은곰이와 은곰이 아빠는 귀여운 속임수를 쓴다. 은곰이네 부자의 장난에 장수가 팥죽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은곰이와의 팔씨름에서도 이기는 모습을 지켜보던 단단이는 팥죽의 위력에 놀라 기운이 하나도 없이 집으로 돌아온다. 팥죽 때문인지도 모르고 팥죽을 먹으면 은곰이와 장수처럼 힘이 세질 것이라 생각했는지 단단이는 여전히 엄마에게 팥죽 내놓으라고 마당에 드러눕기까지 하며 떼를 쓴다. 그것도 일년 중 밤이 가장 긴 동짓날 밤에 말이다.^^
붉은 색이 나쁜 기운을 몰아낸다고 하여 팥죽을 쒀서 집안 곳곳에 뿌리던 동지의 풍습은 물론이고 이웃과 팥죽을 나눠 먹고 동지에 새해 달력을 나누는 풍습도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부록에는 동짓날 풍습과 음식과 동지 팥죽의 유래에 대한 추가 설명이 수록되어 있어서 감질난 이야기를 보충해 주고 있다. 시리즈에서 다룬 여섯 명절 중 설날과 추석을 제외하면 슬쩍 지나치기 쉬운 우리 명절들이다. 오곡밥이나 팥죽 정도가 그나마 정월 대보름과 동지의 명맥을 이어갈 뿐 칠석이나 단오는 모르고 지나쳤다 하여 섭섭할 일도 별로 없는 명절이 돼버렸다. 계절이나 날씨 변화에 민감한 농경사회도 아니고 제멋대로 뒤죽박죽인 기상 이변에 24절기도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하다. 명절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살이가 달라지는 것뿐이다.
어제가 없는 오늘이 어찌 있을 수 있으랴. 옛것은 무조건 케케묵은 관습이라 치부해 버릴 것이 아니라 선인들의 생활 풍습을 통해서 그 안에 담겨있는 지혜를 배워 후대까지 전하는 것도 오늘의 우리에게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역할에 일조하는 이런 책들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소중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