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피터시스 그림이야! 우리집 꼬맹이가 이 책을 받아보자 마자 외치던 소리입니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아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것은 그림책인줄로만 알았는데….
이 책은 읽다보니 소제목에 들어가기전 그림을 보고 상상해보고, 글이 마치면 앞에 그림으로 돌아가 또 한번 되새김 질하며 두번씩이나 책에 빠져들게 되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글과 그림이 완벽한….초월한 어떤것…이런 훌륭한 전문가들의 평가가 책표지에 있더군요.
술술 넘어가는 책장…. 저녁시간이 되어 아이들 밥을 차려줘야하는데…. 콩나물 무치다 말고 식탁으로 돌아와서 다음 내용이 궁금해 콩나물 무치던 손으로 몇줄 더 읽는것이 얼마나 달콤하던지요~ 한번 빠지면 나오지 못한다는 블랙홀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흡입력이 있는듯 했답니다.
비/바람/진흙/숲/나무/솔방울/강/바다/석호/사랑/열정/불
그림이 예고편이 되고 제목이 예고편이 되는….
소년의 유년시절을 물 흐르듯 보여주는 매끄러움….
군더더기 없이 어쩜 이렇게 잘 쓸까 생각이 절로 드는 사실적인 글쓰기….
누구나 빠지게 될 아름다운 희망의 색 초록빛입니다.
무뚝뚝한 것을 넘어 아이에게는 무섭고 강압적이기만 했던 네프탈리의 아버지.
섬세하고 예민하고 글쓰기와 책읽기를 좋아하는 삐쪅마른 아들 네프탈리를 있는 그대로 아버지는 받아주시지 않았고, 아이는 그런 아버지에게 공포와 기대를, 기쁨과 두려움을 가지며 꿈을 키웠지요.
다행히 새엄마 마마레드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아빠가 기차를 타고 나가 계실 때면 거실에 모여 담요를 깔고 노래를 부르며 아이들에게 자유를 선물했던 멋진 엄마. 슬픔에 잠긴 아이들을 정말 따뜻하게 위로해 주셨던 다정한 엄마.
그리고 소년의 글을 처음으로 신문에 실어주신, 마푸체족을 옹호하며 사회정의를 펼쳤던 용감한 삼촌 올란도.
이름만 들어도 사랑스러운 로리타. 약한 동생을 잘 돌봐주었던 로돌포형.
가족들의 사랑과 슬픔, 갈등과 배려가 책에 가득했습니다.
철도일을 하셨던 아버지를 따라간 숲.
담장덤블속에서 보내온 선물 양.
바닷가에서 보낸 여름휴가.
나만의 비밀장소 오두막은 내어주신 아우구스토 할아버지.
호수에서 만난 백조의 죽음.
첫사랑 블란카.
삼촌의 신문사.
그리고 대도시로 떠날 시간.
아이가 별이 되어가는 과정이지요.
파블로네루다 시인의 유년기의 일화를 바탕으로 썼다는 소설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읽었지만 이 아이가 커서 정말 자기만의 세상에서 멋지게 글을 쓸수 있기를 바라는 바람이 간절했답니다.
시인아들이라는 굴욕으로 부터 아버지를 구해주기 위해 썼다는 이름 파블로 네루다.
어쩌면 우리아이들도 부부의 바람과 기대로 부터 힘들어 하고 갈등하며 엄마몰래 아빠몰래 낯선이름으로 그들의 꿈을 펼치게 되는건 아닌지…. 깊게 사색해 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어찌나 말랐던지 침대에 누웠다 일어나도 흔적이 남지 않았다던 네프탈리.
그 가려린 육체에서 나온 열정적인 작품세계는 전세계로 날아 올랐지요.
열정. 우리가 배우고 품어야 할 것이 그것 같습니다.
엄격하신 아버지 몰래 솔방울, 나뭇잎, 새둥지, 돌맹이를 수집하며 꿈을 키워가던 소년은 정말 별이 되었지요.
이야기가 끝이 날 즈음, 다 읽으면 파블로 네루다 시을 찾아봐야지했는데…
친절하게 뒷편에 담아주신 센스!!^^
책장은 덮어졌지만 별이 된 소년 네프탈리(파블로 네루다 보다 더 친근한 이름이네요)가 어두운 밤 이불속에서 혼자 펼치고 있을 신비로운 생각들이 뭘까 또 다시 궁금해집니다.
또, 우리집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주워온 조개, 해면, 율목, 산에서 주워온 나뭇잎, 계곡에서 주워온 돌맹이, 친구의 곰인형, 꼬질꼬질한 편지들…. 아이들에게 버리자며 준 마음의 상처를 깊게 반성하며 아이들의 보물 상자를 만들어주워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마음속에도 산들산들 봄바람을 불러보고 싶다면 꼭 한번 네프탈리를 만나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