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바로 KBS 불후의 명곡이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봐야한다며 가족들이 모두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았다. 이유인 즉,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리 가족이 응원했던 울랄라세션이 오늘 이 프로그램에 출현하기 때문이다. 처음 이 그룹을 응원하게 된 이유는 음악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그들의 유쾌함이 좋아서였고, 이후 암4기에도 불구하고 병 앞에서 나약해지지 않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리더의 가치관이 좋아서였다.
“어떻게 암4기인데, 저렇게 노래를 부르고 활동을 할 수 있지? 힘들지 않나?” 라는 큰 아이의 물음에, 아이의 아빠는 ‘바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야. 너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아봐’라는 답변을 했다. 하고 싶은 일, 그것이 무엇이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때,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음을 그는 보여주고 있었던 게다.
마르콜리노는 날마다 3시가 되면 피아노 연습을 시작한다. 그러다 3시 13분이 되면 텔레비저을 본다. 피아노 연습은 정말 지겹기 때문에…
엄마는 날마다 3시 14분이 되면 당장 피아노 앞으로 돌아가라고 소리를 친다.
마르콜리노는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지만 3시 18분이 되면 피아노 건반을 주먹으로 내리친다.
으아아아! 지겨워!
엄마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다며 마르콜리노를 다독인다.
“자, 조금만 더 연습하자! 연습을 하지 않으면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어. 엄마는 너만 했을 때 몇 시간씩 연습하곤 했다니까.”
“그런데 엄마는 왜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했어요?”
“네가 태어나는 바람에 연습할 시간이 없었거든.” (본문 中)
마르콜리노는 엄마가 그토록 되고 싶었던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한 게 마음이 아파서, 엄마를 위해 피아노를 쳤다. 하지만 마르콜리노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지 않았다. 피아니스트만 빼고 뭐든지 되고 싶었다.
금요일까지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지만 다행스럽게도 금요일이 되면 할아버지가 우주 박물관에 데려가 주셔서 마르콜리노는 집에 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기쁘다.
할아버지께서 똑같은 박물관에 가는 지겹지 않냐고 물음에, 마르코폴리는 엄마 때문에 피아노를 치는 이유를 말하며 집에 있는 것이 싫다고 설명한다.
일요일 마르콜리노와 엄마는 할아버지 집에서 점심을 먹게 되고, 엄마의 어릴적 사진을 보게 된다. 그때 마르콜리노가 보게 된 건, 피아노 치는 엄마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이제 마르콜리노는 날마다 3시가 되면 투바를 연주한다. 3시 13분이면 엄마는 피곤하지 않냐고 물어보지만 마르코폴리는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의 마르콜리노의 하루는 너무도 달라졌다.
<<피아노 치기는 지겨워>>는 부모가 읽어야 할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읽는다면 꿈을 강요하는 어른들을 비판한 내용에 통쾌함을 느끼게 되리라.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이 커서 잘 살기를 바란다. 어른이 되어보니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내 아이가 잘 살려면 부모인 내가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불타게 된다. 결국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꿈을 결정지어주고, 그냥 따라오라고 한다.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말이다.
읽다보면 부끄러움을 많이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마르콜리노의 할아버지처럼 아이들의 하고 싶은 일을 응원할 수 있는 멋진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내 아이를 위해서’라는 변명으로 나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바쁘다. 마르콜리노의 엄마를 통해서 나 스스로를 부끄럽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건, 내 생각의 오류를 깨닫고 있다는 뜻이리라. 이제 그 잘못을 인정하고, 아이들을 응원해보자.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아이들은 진정 행복하며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걸 마르콜리노는 보여주지 않았는가. 그리고 힘든 병마와 싸우고 있으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진정 행복해하는 울랄라세션의 리더의 모습을 나는 좋아하고 있지 않은가.
꿈을 강요하기보다, 꿈을 꿀 수 있는 아이가 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진정 부모가 해야할 일임을 제발 잊지말자고 다짐해본다.
(사진출처: ‘피아노 치기는 지겨워’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