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마주치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의 표정을 보면 대부분이 굳은 표정이나 무표정하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눈이 초롱초롱 하다던지 반짝거리는 젊음의 윤기라고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아도 그다지 아름답거나 그리워서 미칠 것 같은 아쉬움은 솔직히 없다. 하물며 갈수록 더해지는 학업과 경쟁사회에 찌들려 살고 있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서 어찌 그런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청소년 소설 작가 이옥수의 신작 ‘개 같은 날은 없다’를 읽고 마음 한 켠이 무겁고 마지막엔 아리기까지 하다.
초등 2학년 때 엄마를 잃고 형으로부터의 폭력에 시달리는 강민과 친오빠로부터의 폭력으로 몸과 마음에 큰 병을 앓고 있는 미나의 이야기가 복선을 이루며 전개되고 있다.
주인공 강민은 아토피를 어릴 적 부터 앓고 있고 학교에서는 친구도 없는 외톨이이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빈자리를 매우려 가스 배달업을 하면서 두 형제를 키운다. 하지만 늘 형인 강수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한다. 강수는 그로인해 더욱 동생을 구타하고 원망한다. 한편, 옆집에 사는 미나 역시 어릴 적 오빠로 부터의 폭력에 의해 몸과 마음이 병들어 있는 아가씨이다.
강민은 우연히 개천가에서 발견한 유기견 찡코를 많은 사연 끝에 집에서 기르게 되고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늘 폭력이 난무하는 집에서 아버지와 형과의 싸움에 불만을 다스리지 못한 강민이 화풀이로 그토록 사랑하던 찡코를 걷어차서 죽게 만든다. 학교에서는 친구로 부터의 어이없는 장난 문자에 휘말려 왕따를 당하게 되고 친구를 사정없이 구타하여 병원 신세를 지게 한다. 늘 나쁜 일들은 연속적으로 일어나기 마련이다.
미나는 외삼촌 집에 살며 외삼촌 회사에 정보기자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거식증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우연히 찡코의 사진과 주인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실을 듣게 된다. 상담 치료를 받고 돌아 온 미나에게 알 수 없는 소리와 느낌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찾게 된다. 그 알 수 없는 소리가 강민의 강아지 찡코의 영혼의 소리인 줄로만 알았던 미나는 어린 시절 자신이 키우던 ‘머루’라는 사실을 알고서 오빠에 대한 분노와 강민에 대한 동질감과 연민을 느낀다.
폭력이 난무하고 가족간의 사랑과 배려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두 가정의 이야기는 요즘 우리들의 청소년들이 느끼고 힘들어 하는 단편일지도 모른다. 심리 치료를 위해 늦게라도 노력을 시작하는 강민의 아버지의 모습에서 희망을 찾아 본다. 아이들을 탓하고 혼내기 전에 어른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먼저 노력하면 청소년들의 미래도 더 밝아질 것이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강민은 찡코에 대한 자신의 어리석음에 깊은 후회를 하고 다시 원수보다 더한 미움을 갖고 있던 형 강수의 보이지 않는 보살핌으로 찡코를 다시 만나게 된다. 이런 강민의 모습에서 미나는 자신도 용서 할 수 없었던 오빠에 대한 증오에 대해 다시 한 번 희망의 끈을 찾으려 한다.
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는 저마다의 아픈 상처가 있을 것이다. 마음에 묻어 두고 있다고 해서 해결 되거나 치유 되지는 않는다. 그 해결점은 바로 ‘가족’ 이다. 나에게서의 가장 든든한 믿음은 가족이라는 울타리이다. 비록 편부나 편모나 아님 부모님이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 하더라도 나의 가족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 속에서라도 가장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고 감싸주는 영원한 지지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