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움을 가득 전해주는 표지의 진한 연두색은
파스텔톤 색감의 많은 그림책들 속에서 색다른 느낌이었답니다.
첫 장면을 상상하며 연두색의 표지를 넘기면
‘앤드루 헨리 대처는 그 해 봄까지 스텁스빌이라는 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살았어요’라는
글과 함께 세밀한 펜 선으로 그려진 흑백의 마을 그림이 펼쳐집니다.
주인공 앤드루는 다른 가족과 달리 함께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서 뚝딱뚝딱 만들기 시간을 좋아합니다.
열심히 만들어서 부엌에 헬리콥터를 달기도 하고,
거실에 독수리 새장도 만들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멋진 장난감을 누나의 재봉틀에 연결하기도 하고,
도르래로 문을 열고 닫으며 크레파스 상자를 옮길 수 있도록 동생방에 만들어 주지만
가족들은 모두 모두 싫어하고 거부를 하지요.
앤드루는 고민하다가 망치, 톱, 주머니칼 등등을 챙겨서 “나만의 집”을 만들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어디로 갈지는 이미 정해 두었거든요.
앤드루는 버독 목장, 블랙브라이어 언덕, 워집스키 늪을 건너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 펼쳐진 넓은 풀밭에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그 후 친구들이 한 사람씩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새를 좋아하는 앨리스 버독이 왔을 때에는 새들을 위한 욕조와 새집이 아주 많은
집을 앨리스 버독에게 선사하였지요.
장난감 보트와 낚싯대를 한 아름 안고 다가온 조지 터너에게는
장난감 보트가 머물 수 있는 작은 부두가 있도록 집을 지었어요.
애완동물을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부탁한 조 폴래스키에게는 움집을,
제인에게는 자그마한 성처럼 생긴 집,
마곳에게는 음악 연주를 맘껏 할 수 있는 인디언의 원뿔 모양의 천막집을 지어주었어요.
사라, 돈, 스탠리에게도 멋진 집을 지어 주어서
풀밭 위에는 아홉 채의 멋진 집이 세워져 작은 마을처럼 보이기도 했답니다.
이 때쯤 마을에서는 아이들이 사라져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답니다.
아무리 이곳저곳을 찾아 보아도 아이들이 나타나지 않았으니까요.
앤드루가 사라지는 뒷 모습을 살펴 보았던 강아지 샘이 집에서 뛰어 나가자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샘을 따라가고 다행이 아이들과 만나게 되었답니다.
아이들과 만난 가족들은 모두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왔고,
그 후 앤드루는 가족이 만들어준 지하실 한쪽에서 맘껏 발명하고,
앤드루 가족들은 그 작품들을 궁금해 하며 지켜 봐 주었답니다.
자신의 생각과 요구, 의지에 따라 상대방을 받아들임으로 해서
의식하지 못한 채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게 되기도 하지요.
앤드루의 특별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
가족의 요구와 생각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생각만을 펼쳤던 앤드루 ,
모두에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던 순간이었습니다.
가족구성원 안에서 서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며
협조해야 하는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속에서도 앤드루의 다양한 발명품을 통해
창의로움, 반짝이는 아이디어 또한 균형감있게 느낄 수 있네요.
펜 선으로 그려진 그림은 색깔로 가려지지 않지 않아
정교하고 세밀한 표현이 살아 있습니다.
잔디의 한 선 하나 하나가 살아 있고, 사물 하나 하나, 표정 하나 하나가
디테일하게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앤드루가 지은 9채의 집 또한 세심하게 잘 그려져 있어서
그 독특함, 창의로움, 색다름 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요.
섬세함과 축약이 적절하게 잘 이루어져 있어서
그림 속 이야기를 안정감있고 깔끔하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색깔 속에 파묻혀 지내는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느낌으로 감상하며 즐길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