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 동화작가를 꿈꾼 적이 있었다. 재미있고 신나는, 현실적이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도 이런 멋진 동화를 써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하고 싶었다.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 나이가 되었어도 동화가 참 재미있다. 동화를 읽다보면, 나도 어느새 어린이가 되어 가슴이 콩닥콩닥 뛰곤 한다.
어제 오후에 우체부아저씨에게 동화책 택배를 받았다. 아이의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 않아, 학교에서 하루에도 서너장씩 시험지를 받아온다. 하지만, 딸아이는 택배로 받은 이 책을 보자마자 무척 읽고 싶어했다. 이제 1학년이라 이렇게 글밥 많은 책은 (1학년 기준으로 보자면 말이다) 좀 힘들어하는데, 제목과 함박 웃는 여자아이의 모습에 딸아이는 큰 관심을 보였다.
이 책은 <난 책읽기가 좋아 3단계> 시리즈 중 한 권이다. 한 권의 책 속에 4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이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편을 먼저 읽어도 좋다.
이야기는 4편으로 <도를 좋아하는 아이>, <백일 떡>, <내 머리에 햇살 냄새>, <기도하는 시간> 이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10살 정도의 아이들이 나오는데, 8살인 딸아이보다는 언니들이지만, 공감 100배인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도를 좋아하는 아이>는 첫번째 이야기기도 했지만, 제목이 독특해서 가장 먼저 읽은 이야기였다. 딸아이는 제목에서 말하는 <도>가 도레미파솔라시도 중의 하나인 계이름 ‘도’라고 생각해서,
“얘는 왜 ‘도’가 좋지? ‘도’만 좋아하는 애도 있나?”
하며 궁금해 했다. 나는 제목의 <도>가 “도를 아십니까?” 할 때의 ‘도’인줄 알았다.
딸아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책을 읽으며, 우리가 생각했던 ‘도’가 아니라 까르르 웃고 말았다. 책 속의 짧은 이야기 4편 속에는 이렇게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또다른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작가의 마무리 말까지 포함해서 9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이었는데, 나는 딸아이와 함께 단숨에 이 책을 다 읽었다. 아이와 함께 다음에 이어질 내용을 궁금해하고, 함께 웃으며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그 이야기들이 마음 속에 따뜻하게 남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