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비밀 친구가 생겼어.] 친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다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105 | 글, 그림 수전 메도 | 옮김 허미경
연령 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12월 24일 | 정가 10,000원
수상/추천 동원 책꾸러기 추천 도서 외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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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지기 12기가 되어 처음 만나 본 책은 수전 메도의 ‘비밀 친구가 생겼어’ 입니다.

1판이 지난 날에 나왔으니 정말 따끈따끈한 신간입니다.

이상하게도 신간을 만날 때의 반가움이 두 배 이상으로 느껴지는 건 아무래도 장서가의 성향이 탓인 듯합니다.

참으로 반가운 책, ‘비밀 친구가 생겼어.’

 

여튼요. 이번에 만난 책은 드디어 영아용 도서를 벗어나서 그런가 뭔가 생각할 거리도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와 함께 이러저러한 이야기들도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짐했어요.  

글의 양은 좀 되지만 생각할거리가 좀 있는 책이라 5세 이상의 아이들과 함께 읽어나가기에 좋을 듯합니다.

 

 

둘째가 병원에 있을 때 책이 도착한지라 큰 아이는 엄마가 얼른 돌아와 이 책을 읽어주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답니다.  

집에 돌아온 엄마에게 대뜸 ‘비밀 친구가 생겼어는 언제 읽어줄거야?’ 라고 물어볼 정도로 큰 아이는 이 책에 관심을 보였어요.

알록달록 아기자기하지는 않지만 다소 만화와 같은 유머러스한 그림체가 눈에 들어옵니다.

 

붉은 글자로 강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 ‘도대체 비밀 친구가 뭘까’.

아이 역시 그랬나 봅니다.

 

“엄마 비밀 친구가 뭐야?”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전에 먼저 읽어보아야 하거늘,

일단 급한 마음에 같이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이제 갓 다섯 살이 된 아이에게는 조금 많아 보이는 글이 걱정이 되긴 했지만 잘 참고 따라와주어 꽤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흐름을 짚어가면서 읽긴 했지만 말이죠.

주인공 해리는 차에 치여 쓰러져 있는 새 한 마리를 구조해 ‘샐리’라고 이름을 붙이고 집으로 데려옵니다.

해리는 다친 샐리를 잘 돌보아줄 뿐만 아니라 샐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 샐리가 ‘초록 열대 새’라는 사실까지도 스스로 알아냅니다.

참. 지극한 관심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샐리의 표정을 밝아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샐리에게 여전히 잘 해주지만 다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해리.

엄마의 조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샐리의 친구는 자기라고 강력하게 이야기합니다.

  

 

참으로 빛나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여튼.

가을이 되어 다른 나무들은 모두 누렇게 물든 잎들이 떨어지고 있는데, 해리는 열대 지방에 사는 나무처럼 밝은 초록 빛깔을 띠는 나무를 발견합니다.

아- 그 나무는 바로바로….

초록 열대 새들이 나뭇가지 가득 앉아있는 나무였답니다.

저 그림처럼 말이죠.  

 

게다가 새들은 해리를 졸졸 따라다녀요. 물론 해리는 그런 새들을 무척 불편해 합니다.

해리는 새들이 샐리를 돌려달라고 그런다는 걸 느꼈나봅니다. 해리는 샐리를 새들에게 보내 줄 수 없었기 때문이죠.

날씨가 점점 차가워져도, 비가 와도, 해리가 겁을 주어도, 애원을 해도 새들은 해리 곁을 떠나지 않고 기다립니다.

심지어 추위때문에 새들이 파랗게 얼어가면서도 말입니다.

샐리 때문에 새들은 정말 꼼짝도 하지 않을 모양입니다.

 

새들의 지극한 우정인가요?

 

 

그리고 대 반전!

 

해리가 창문을 열자 새들이 이렇게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해리가 창문을 열어 샐리를 친구들에게 보내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새들이 방으로 쏟아져 들어오다니요!

의외의 생각이지요?

 

 창은 이쪽과 저쪽을 나누는 경계를 상징하는 경우가 많아요.

해리와 샐리는 집안, 나머지 초록 열대 새들은 집 밖에 위치하고 있으니 이때까지 해리는 샐리와 다른 새들을 구분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창문을 열어 다른 초록 열대 새들까지 모두 방안에 들임으로써 그 구분을 스스로 없애는 대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똑같은 새, 똑같은 친구 새라는 인식의 성장이 나타나는 셈입니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미 초록 열대 새들은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갈 타이밍을 놓쳤으니 사랑스러운 샐리를 밖으로 내 보낸다 한들…

샐리 역시 다른 새들처럼 파랗게 얼어갈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럼 어떻게 하면 다 같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다른 새들도 샐리처럼 친구로 받아들이면 되겠지요.

그래서 해리는 창을 열어 다른 새들도 방으로 들인 듯합니다.  

해리의 입장에서는 친구인 샐리와 떨어지지 않고

샐리는 친구와 떨어지지 않아도 되고 초록 열대 새들은 친구와 함께 있으면서도 얼어죽지 않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해리의 모습에서 우리 꼬맹이의 모습을 읽어낼 수 있었답니다. 

자기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해리의 모습. 다소 웃음을 유발하기는 하지만 정말 대단(!)하지요. 그 고집을 꺾기는 참 쉽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 역시 그와 다르지 않구요.

 

해리는 처음 엄마에게 샐리를 소개할 때 친구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새들에게는 ‘샐리는 내 새’라고 이야기하지요.

친구라고 (쓰고) 말했지만 실제로 해리는 샐리를 친구보다는 자신의 소유물로 여겼던 것 같아요.

너무 사랑했던 나머지 말이죠. 애착이 과해 집착이 되어버리는 그런 모습. 

그랬기에 초록 열대 새들이 샐리를 빼앗아간다고 생각하고 아주 필사적으로 방어했던 것이었구요.

이건 해리만의 모습은 아닌 듯합니다. 아이들만의 모습도 아니고요. 어른들 역시 종종 이런 모습을 보이지요.

 

친구를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새들의 모습도 꽤나 찡하지만

마지막 페이지에서 새들을 방으로 받아들이는 해리의 모습은 정말로 찡했답니다. 집착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랄까요!

마지막 페이지, 새들이 날아들어오는 장면에서는 뒤통수를 망치로 한 대 툭 맞은 것 같은 전율이 흘렀답니다.

 

새들을 모두 방 안에 들인 후 해리는 무슨 말을 했을까요?

아마도 제목처럼 ‘비밀 친구가 생겼어!’라고 말하지 않았을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 역시 해리처럼 한 뼘 자라기를 조심스레 소망해 봅니다.

 

생각할거리가 있는 좋은 책을 아이와 함께 잘 읽은 듯합니다.

 

 

* 이 리뷰는 업체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