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어른들이 읽어도 감동으로 다가오는 동화를 만나요.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슬그머니 웃음이 나지요. 나의 어린시절을 만난 듯 반갑다가도 어느새 공감되어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해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방법을 배우기도 하고요. <내 머리에 햇살 냄새>에 나오는 네 편의 동화 역시 우리들의 이야기이기에 읽는 내내 마음이 울그락불그락 하네요. 왜 그럴까 이해가 안 되다가도 어느새 아이의 입장에서 편을 들어주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서 훈훈해집니다.
엄마의 사랑을 빼앗긴 아이가 동생의 백일떡을 돌리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백일 떡’을 읽으면서 지민이의 마음이 너무나 이해가 되어서 마구 편을 들어주고 싶어졌어요. 갑자기 생긴 동생을 사랑으로 감싸안기에 지민이는 너무 어렸어요. 부모님의 사랑을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마음 넓은 아이까지 되라고 강요하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아요. 동생이 생기면 당연히 형 노릇 언니 노릇을 해야한다고 믿고 우겼던 엄마들이 보고 꼭 반성했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지민이는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갈지도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과 친해지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 참 여러가지인데요, ‘도를 좋아하는 아이’에 나오는 지수가 하는 행동은 참으로 곤란스러워요. 밉지는 않은데 좋지도 않은…정말 애매한 아이지요. 피하고 싶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어른이 아닌 이상 지수같은 아이의 기를 꺽어버리기에 역부족이지요. 그래서 현우처럼 괴로워하는 아이가 생길 수 있고요. 학교를 다니다보면 정말 지수같은 아이가 있어요.엄마로서 선생님으로서 어떻게 조언을 해줘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아요. 그냥 무시해 버릴 수도 없고, 기를 푹 꺽어버리기에는 힘이 없고, 마냥 피할 수만도 없고…현우 엄마의 행동이 정말 잘한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지수가 상처받지 않았기를 바랄 뿐입니다.
반지하에 사는 예림이가 그리워하는 햇살 냄새가 어떤 건지 한참 떠올려 봤어요. 매일 맡고 있는 햇살 냄새를 누군가는 간절하게 그리워할 수도 있다는 걸 아이도 알게 되었고요. ‘내 머리에 햇살 냄새’를 읽으면서 내가 살고 있는 주변을 둘러 보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아이가 그리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고요. 아이스크림이 녹아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기도하는 시간을 참아냈던 선미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아요. 제가 선미라면…참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한 동화라 가슴이 오래 남을 듯해요. 무조건 미화시키지 않고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 해주고 있어서 배울 점도 많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