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우들의 용감한 반란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1월 5일 | 정가 9,000원

초등 중학년을 위한 창작읽기책, 비룡소 일공일삼 시리즈 여든 두번째 이야기 <생중계 고래싸움>은 세상에 나또한 잘났다고 큰 소리 뻥뻥치는 힘센 고래들 싸움에서 억울하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작은 새우들의 이유있는 반란에 주목. 그들이 한 목소리 억울하다 울부짖는 심경은 어쨌든 시끄러운 고래들 싸움에서 더이상 할말 못하고 억울하기만 했던 새우살이는 절대사절. 이제부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구부정한 허리 펴고, 당당하게 맞설 용기를 내보는데요. 새우라고 다같은 새우는 아닐 터, 엄마 아빠라는 두 고래 틈에서 수시로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가끔은 숨 막힐 정도로 갑갑한 어린 새우부터 차례로 만나볼까요. 

 첫문장 첫마디에 자신을 연악한 새우라 소개한 다정이는 툭하면 고래 싸움에 고래 밥이 되는 처량한 새우신세가 못마땅. 오죽하면 티격태격 다투는 엄마 아빠의 싸움을 취미생활로 보는지 끊임없이 잔소리를 생산하는 아빠와 절대 물러서지 않는 엄마의 스타일을 분석하기에 이르는데요. 그 때문에 새우 등이 터지는 날은 부지기수~ 매번 싸움의 막바지에 애가 누굴 닮아서 어떻고 저렇고 하도 많이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니 그때마다 머리에 쥐가 나는 건 당연지사겠죠. 거기에 어떨 때는 말다툼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이때문이란 게 엄청난 스트레스죠. 아빠의 주특기인 버럭소리부터 지르는 순간 아이의 간은 콩알만 해져요.

 

  그런데 자꾸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런 억울한 새우신세가 집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는 거죠. 같은반 성질 더러운 왕싸가지 고래와 유일하게 불의에 맞서는 터프한 하마 고래의 날카로운 신경전은 계속되고 막강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기 일보직전까지 두 주먹 불끈 쥐고 그동안 자신이 당한 수모를 앙갚음하는데 성공. 그 보다 더 치사하면 더 치사하고 더 비겁한 방법으로 회심의 일격을 가하는 독한 새우도 있는데요. 심각한 학교 왕따문제가 어떤 식으로 아이들 마음에 상처가 되고 또 다른 왕따를 초래하는지 한때 그들 사이에 절친, 단짝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상대에 대한 배신이 씁쓸한 상황. 누가봐도 서로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긴 마찬가지네요.

 몇번째 비슷한 도난사고가 끊이지 않는 보라네 교실에서 체육시간에 6학년 전체 소지품 검사를 실시하는 가운데 학생들이 소지하면 안되는 여러 압수물품들이 쏟아져나오죠. 화투장, 트럼프 카드, 맥가어버 칼, 이상한 잡지 등등. 하지만 끝내 잃어버린 보라의 명품지갑은 나오지 않자 교실 분위기는 더 술렁이고 있었어요. 아무렴 이제껏 일어난 수많은 도난사고 중 해결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던 전례를 봐서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여겨도 당사자 입장에서는 사물함에 열쇠까지 채워 잘 넣어둔 물건이 없어졌다는 건 명백한 절도라는 입장인데 알고보니 이번이 처음도 아닌 듯. 분명 평소 고가의 브랜드로 도배하다 싶이 하는 보라를 일부러 골탕먹이려는 범인의 속셈이 밝혀지는 가 싶더니 의외의 최대 반전은 범인으로 거의 단짝친구 규원이가 지목이 되면서 친구들로부터 의심받는 기분이 얼마나 더럽고 수치스러운지 직접 겪어 보라는 보라의 매서운 진짜 속마음!

  

 바로 지갑 속에서 언젠가 규원이와 다정하게 찍은 스티커 사진을 갈기갈기 찢더니 그 자리에서 칼을 꺼내 지갑도 찢어 버리는 보라. 뒤늦게 칼끝에 베인 손가락의 새빨간 핏방울이 마치 그 새빨간 지갑의 조각들이 가슴 속에서 둥둥 떠다니다 뾰족한 모서리로 심장을 콕콕 찌르는 거 같은 양심의 가책은 피할 수 없네요. 어쩌다 날마다 붙어 다니며 모든 고민을 털어놓던 둘 사이가 서로의 등에 칼을 꽂는 원수 사이가 됐는지..머릿속으로 그 진한 우정도 단칼에 베어 버릴만큼 야박한 보라엄마도 되어보고, 규원엄마도 되어보고, 보라입장도 되어보고, 규원이도 되어봐도 마음만 복잡하네요. 좀 더 다가가 따뜻한 위로라도 건네고 싶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네요. 그에 비하면 한창 연애문제로 이런저런 골치가 아픈 기용이 신세는 좀 나은 편. 다만 매력이 다른 두 이성앞에서 눈에 콩깍지가 쓰이고 벗겨지는 기막힌 타이밍에 체면을 좀 구길 뿐이네요.  

 거기에 이 사이 낀 김과 고춧가루의 상관관계를 알고나면 철부지 아들녀석의 첫사랑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부모가 없을 거 같아요. 하지만 가장 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던진 무기력한 아빠새우에 대해서는 어떤 관심과 반응을 보일지는 여러 생각들이 드는데요. 하루종일 하는 일없이 컴퓨터만 붙잡고 사는 능력없는 가장이기에 사사건건 아빠를 못잡아 먹어 안달 난 엄마와 그보다 한술 더 떠 틈만 나면 아빠를 공격하는 딸고래를 피해 감쪽같이 사라진 아빠는 현실에서 모든 희망이 꺾인 채로 살아가는 것이 무의미했죠. 오히려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에서 아빠가 꿈꾸던 행복한 가정을 혼자서라도 그렇게 이루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그나마 유일하게 외로운 아빠의 섬에, 하나밖는 등대의 불을 밝히고 아빠를 직접 찾아나선 든든한 아들이 있기에 아빠는 더이상 외롭지가 않네요. 그러니 누가 본디 고래든 새우든,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태도나 주장은 삼가고 주변에 크게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기울릴 줄 아는 마음 넓은 고~래가 다들 됐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