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드라마 “학교 2013″을 큰 관심을 가지고 봤어요.
저게 현실이지 싶으면서도 왠지 우리 아이들만은 겪게 하고 싶지 않은 그런 학교 현실.
이 책도 그 드라마의 연계선상으로 보게 됩니다.
* 생중계, 고래 싸움
집에서는 엄마, 아빠라는 큰 고래 사이에서 마냥 새우만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다정이는
엄마가 학부모위원 위원인 이경이에게 무조건 숙이고 들어가는 힘없는 새우에요.
하지만, 이런 이경이에게 당하는 다정이를 도와준 도현이에게 반하고 말지요.
그러면서 조금씩 도현이와 이경이의 틈바구니 안에서 조금씩 성장해가며 새우를 벗어나게 됩니다.
학교에서 엄마가 학부모 위원이라는 게, 아이들과 선생님들 사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 하는지를
보면서 아이들마저 어른들의 행위를 답습하고 있는게 아닌가 씁쓸해집니다.
* 새빨간 지갑
보라는 학교에서 지갑을 또 잃어버리죠.
선생님은 자신의 물건을 잘 챙기지 않았다고 얘기하시며 찾지 못할 거라고 포기하라고 하지요.
하지만, 학년 초에도 물건을 잃어버렸던 보라인지라 엄마는 선생님께 전화를 하지요.
6학년 전체 소지품 검사를 하지만, 역시나 지갑을 찾지는 못합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비밀 쪽지를 적게 하고, 보라는 얼마전까지 자신과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규원이를
고자질하는 내용의 쪽지를 씁니다.
규원이 엄마와 보라의 엄마는 고향친구여서 둘은 가깝게 지내지만, 어느날 규원이 집 사정이 기울면서
규원이 엄마가 보라의 엄마에게 돈 부탁을 하지요.
하지만 보라의 엄마는 차갑게 딱 끊어버리고, 그 때문에 규원이는 자기집이 힘들게 되었다고 생각해서
보라를 힘들게 하게 됩니다.
결국은 규원이가 오히려 지갑 문제로 학교에서 왕따다시피 당하게 되고,
보라는 자신을 괴롭혔던 규원이에게 되갚아줬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화장실에서 잃어버렸다던 자신의 빨간 지갑을 칼로 잘라 변기에 버리는 모습에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어요.
아이들에게는 바르게 크라고, 어려운 친구를 도우라고 하지만, 아이들에게 부모가 보여주는 모습은 다릅니다.
그로 인해 아이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이 한창 예민한 아이들을 비뚤어지게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 김과 고춧가루
앞서 두 이야기는 ‘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다’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면
이 이야기는 사춘기 소년의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관계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어요.
프리랜서 작가인 아빠는 거의 전업주부이지요.
반대로 엄마는 잘 나가는 커리어워먼이에요.
기용이는 엄마의 운전 매너때문에 거의 사귈 수 있었던 혜리랑 틀어집니다.
기용이는 그 전까지 아영이랑 사귀기 일보직전까지 갔지만 어느날 급식실에서 자신을 보며 함박 웃음을 짓던
아영이의 앞니 사이에 낀 까만 김을 보고는 아영이가 싫어져 버리죠.
하지만, 차마 김 얘기는 꺼내지 못하고 아영이는 계속 기용이 주변에서 어슬러거리죠.
기용이는 혜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지만, 다 수포로 돌아가지요.
강원도로 떠난 2박 3일 수련회, 마지막 날 담력 훈련.
혜리는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고, 이런 혜리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기용.
하지만, 일이 틀어져 기용이는 다치고 기절하지요.
이런 기용일 아영이가 업고 내려오고, 병원에서 깨어난 기용은 일어났던 일을 모두 알게 되고,
아영이에게 사귀자고 합니다. 하지만, 어쩌나요?
기용이가 아영일 떼어내려고 애쓸 때는 안 떨어지던 아영이가 이젠 기용이가 사귀자는 말에도 넘어오지 않네요.ㅎㅎ
* 초원의 집
시골에서 할머니랑 함께 살던 명우는 엄마 손에 이끌려 가족들에게로 오지요.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명우는 시골집에 돌아갈 궁리만 합니다.
그러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에 내려가 살자고 합니다.
그런 아빠를 엄마와 누나는 이해할 수가 없지요.
어느 날, 아빠에 대한 험담을 하는 엄마와 누나의 대화를 듣고 아빠는 사라집니다.
하지만, 누나는 며질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없이 평소처럼 지내고,아니 오히려 거실 컴퓨터를 차지하게 돼서 좋아하지요.
엄마도 날이 갈수록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나는 우연히 평소 아빠가 차지하던 컴퓨터에서 블러그를 발견하지요.
우리 가족 사진이 걸려있고, 시골로 내려가 살려고 했는 듯 온통 전원생활과 농사짓기 정보로 가득해요.
나는 아빠에게 블러그에 계속 메모를 남깁니다.
할머니와 시골집에 대한 향수로, 아빠에 대한 걱정으로 어쩌면 아빠가 시골집에서 기다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엄마에게 쪽지를 남기고 시골집으로 갑니다.
가정의 어려움과 부모들의 이기심으로 아이들마저도 그런 부모들을 닮아가는 모습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써 어떻게 행동해야할 지 다시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어요.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아이랑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