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쥘 베른’의 매력 속으로~~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1월 30일 | 정가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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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 일주 (보기) 판매가 16,200 (정가 18,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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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다 못해, 인간미조차 느껴지지 않던 사내가 어느 순간부터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기계적이라는 말이 어울릴만큼 냉정한 판단력과 끈질긴 인내심이 부러우면서도 막상 그가 앞에 있다면 기가 질려 줄행랑을 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용된 첫날부터 행운인지 불행인지 모를 세계일주에 따라나선 ‘파스파르투’처럼 나역시 ‘필리어스 포그’라는 사내의 묘한 매력에 끌려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1872년 12월 21일 토요일 저녁 8시 45분까지 ‘필리어스 포그’는 휘스트 게임을 하던 개혁 클럽으로 돌아와야 한다. 도무지 충동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그렇게 무모하게 시작된다. 이론상으로, 계산상으로만 가능한 세계 일주를 두고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떠들지만 ‘포그’의 얼굴에는 미동조차 없다. 오직 80일 안에 세계 일주를 마치고 돌아온다는 결연한 의지뿐!!
 
도대체 이 남자는 무슨 재미로 사는 걸까? 아무리 명예가 중요하다지만, 2만 파운드라는 거금이 걸려있다지만 대서양 바다에 눈길 한 번 주질 않고 조용히 제자리만 지키고 있으니…

책을 읽다보면 묘하게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포그’가 가진 병이 혹시 강박증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에게서 느껴지는 무표정과 침착함에서 80일 만에 세계 일주를 마치지 못할까봐 초조해지는 건 내 쪽이다. 로탈역에서 끝나버린 선로 탓에 더 이상 갈 수 없을 때도 ‘포그’가 멋진 방법을 반드시 찾아내리라 기대하게 된다. 엄청난 값을 치른 코끼리를 타고 인도의 밀림을 지나지만 ‘사티’라고 불리는 브라만교의 장례 행렬에서 본 가엾은 여인이 ‘포그’의 발목을 붙든다. 죽은 남편을 따라 산 채로 아내를 화장시키는 ‘사티’라는 장례 풍습을 보고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우리나라 고대의 순장 풍습도 끔찍한데 산 사람을 불에 태워 죽이는 사티야 말해 무엇하랴. 대마와 아편에 취해 끌려가는 여인을 구하기 위해 ‘필리어스 포그’와 ‘파스파르투’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과감하게 덤벼든다.

‘파스파르투’가 형사 ‘픽스’때문에 쓰러지고 ‘포그’와 ‘아우다 부인’이 요코하마로 가는 카르나틱호를 놓쳤을 때는 막막하기까지 했다. 어렵게 탕카데르 호를 타고 상하이로 간다해도 연락이 끊어진 ‘파스파르투’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라 해도 ‘파스파르투’때문에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일정에 차질까지 빚지만 ‘포그’는 절대로 상대를 비난하거나 나무라지 않는다. 그런 주인을 보며 ‘파스파르투’가 어떤 마음이 들었을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에 대한 무한한 신뢰는 뉴욕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인디언들의 습격을 받았을 때 ‘파스파르투’가 보여준 행동에서도 느낄 수 있다. 잡혀간 ‘파스파르투’를 구하기 위해 세계 일주가 실패할 법한 상황에서도 목숨을 걸고 달려간 주인도 없겠지만. 차가운 겉모습 속에 숨은 따뜻한 마음과 영혼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랴.

자오선이 바뀔 때마다 시간을 조절해야 하지만 미처 그 사실을 챙기지 못해 오히려 세계 일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으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형사 ‘픽스’의 방해 공작만 없었어도 느긋한 마음이었겠지만 그의 어이없는 오해가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했음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쥘 베른’의 이야기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즐겨읽는 고전으로 특히 <80일 간의 세계 일주>는 포그의 여정을 따라가며 여러 나라의 다양한 풍습과 생활상을 만나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가 동인도 회사에 땅을 빼앗기는 과정을 보며 신사라고 자부하는 영국의 위선적인 얼굴과 마주하게 되며 양키로 불리던 미국인들의 거친 모습 이면에 갈망하는 자유를 느낄수 있다.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인디언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달리는 기차에 뛰어들어 약탈하는 장면만을 그려내 아쉽기는 하지만.

비행기 덕분에 손쉽게 해외로 나갈 수 있게 되었지만 가까운 곳조차도 쉽게 나서지 못 하는 게 현실이다. 더군다나 세계 일주는 감히 꿈조차 꿀 수 없는 먼 얘기가 되어 버린지 오래지만 기회가 된다면 언제라도 세계 곳곳을 둘러보고픈 열망을 품고 있다. 떠날 수만 있다면 1년 365일을 돌아다닌다한들 불만이 있을쏘냐!! 절대로 80일 안에 돌아오기 위해 기를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모험을 즐기는 아이들과 함께 신 나게 상상의 세계로 떠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읽다 보면 재미에 빠져 하루 만에 세계 일주를 마치고 돌아올 지도 모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