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시간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3월 30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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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보기) 판매가 11,700 (정가 13,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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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딱히 표현 할 수는 없지만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쁜 사람이 이쪽을 건너다 본다면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다. 게다가 끔찍한 얼굴로 길 가에 넘어진 아이의 몸을 태연하게 짓밟고 간다면 무서워서 도망도 못 치고 벌벌 떨지 않을까?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는 너무나 유명해서 오히려 제대로 읽힘을(?!) 못 받는 책인 것 같다. 뮤지컬로, 영화로 혹은 연극과 아이들의 만화로 워낙에 알려지다 보니 나역시 원작을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었다. 제목은 익히 알면서도 저자의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것도 그렇고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이라는 작가가 <보물섬>을 쓴 저자라는 사실에 적잖이 놀란 것도 사실이다.(어쩜 이렇게 색깔이 다른 글을 완벽하게 쓸 수 있을까?) 더욱 놀란 것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실존 인물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영국 시의회 의원이자 석공 조합의 조합장이기도 했던 ‘브로디’라는 인물은 낮에는 저명 인사로 활동하면서 밤만되면 도둑질을 일삼다가 결국 교수대에서 생을 마쳤다고 한다.’리처드 엔필드’의 입을 통해 듣게 된 끔찍한 사건은 ‘하이드’라는 사내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키우게 한다. 어떻게 여덟살난 여자 아이를 그토록 무참하게 짓밟을 수 있는지 이해도 안 되지만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누구나 갖게 되는 혐오감과 공포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런 무자비한 인간에게 전 재산을 넘겨주려는 ‘지킬 박사’의 유언장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지 ‘어터슨 경’은 설명할 수 없는 사건들로 머리가 복잡하다.
 

이미 ‘하이드’가 ‘지킬 박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못해 쿵쾅거린다. 살인사건을 저지르고도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유유히 사라지는 장면은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싸이코패스 같아서 등골이 오싹해졌다. 짙은 안개가 낀 런던의 밤거리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장면을 상상하다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다 볼만큼…

치명적 유혹에 끌려 인간 스스로 선과 악을 분리할 수 있다고 믿었던 ‘지킬 박사’의 행동은 용서받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지킬 박사’ 자신이 가장 괴로웠겠지만 ‘하이드’로 분한 그가 저지른 살인사건과 잔인한 행동들은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하이드’가 이끄는 쾌락과 즐거움에서 떨쳐 나오지 못하고 또 다시 약을 마시는 그의 행동을 보며 ‘인간은 참으로 나약한 존재’라는 걸 세삼 느끼게 된다.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강하게 끌리는 인간의 본성을 어찌 하면 좋으랴….

‘하이드’는 살인과 폭력을 즐기며 갈수록 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다.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으며 용서도 구하지 않는다. 흉악 범죄나 살인 사건에 나오는 범인들을 보며 ‘하이드’를 떠올리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지킬 박사’에게로 향하는 동정과 연민도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밖에… 지킬 박사의 말처럼 선과 악이 각각 제 갈 길로 가게 되는 날이 있을까? 선과 악이 칼로 자른 듯 분리되어 완벽하게 통제 할 수 있다고 믿는 것부터가 인간의 오만이 아닐까? 선과 악을 분리한다는 건 인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서야 가능한 일이 아닐지….

인간의 본성에 관해 누구도 명확하게 정의를 내릴 수 없지만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늘 따라붙는 ‘인간의 양면성’에 관한 이야기라는 수식어를 생각하면 인간은 선과 악을 왔다갔다하며 고민하는 존재가 틀림 없는 것 같다. 누구나 선과 악의 경계선에서 매일매일 줄타기를 하듯 살아가지만 어느 면이 더 많이 표출되는가는 전적으로 개인에게 달린 문제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야 말로 실로 대단한 존재가 아닐까?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제대로 읽게 되어 반가웠다.
이따금씩 지킬 박사가 겪었던 갈등과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때마다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내 안의 또 다른 힘을 믿고 싶다.
내 안의 ‘하이드’를 사랑하고 잘 달래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