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아들이 연신 부러운지 우와, 우와…진짜 좋겠다를 입에 달고 있다. 집을 벗어나면 고생문이 훤하건만 샤워 시설도 마뜩찮은 무인도에 가고 싶은 심리는 뭘까?
하지만 불과 몇 시간 전 아들의 모습처럼 나역시 무인도 여행을 꿈꾸는 엄마가 되고 말았다. 모기가 물어 뜯고 주린 배를 감자 세 개로 때워야하는 고통이 따른다 해도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저 별들 중에서~~~’로 시작하는 ‘꽃과 어린 왕자’를 들으며 하늘과 바다와 사람마저 붉게 물드는 노을을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준이’는 엄마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무인도 캠프’에 오기는 했지만 아빠와 단둘이 나흘씩이나(?!) 보내야 된다는 생각에 괴롭기만 하다. 가족별로 하나의 부족이 된다는데 개성있는 이름은 고사하고 관심도 없이 인상만 잔뜩 쓰고 있는 아빠를 보며 준이는 명찰에 ‘따로별 부족’이라고 적는다.
엄마, 아빠가 이혼하면 난 절대로 아빠랑 살지 않을 거야!!
불도 제대로 못 피우고 구운 소라를 아들에게 주기는커녕 혼자 먹기 바쁘지만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준이는 미처 몰랐던 아빠의 모습을 조금씩 알아간다. 은행원답게 말끝마다 돈으로 환산하고 계산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빠가 자신이 태어나던 순간 탯줄을 자르며 기뻐했다는 사실과 엄마와 싸우던 저녁 자신의 뺨을 때린 걸 미안해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상처가 아빠와 낚시를 하고 닭을 잡으며, 낙지를 건져 올리는 동안 조금씩 아물고 있다는 걸 깨달아가는 준이는 새롭게 알게 된 아빠의 모습이 어색하고 당황스럽지만 자신을 위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아빠를 보며 심장이 쿵쾅거리는 걸 느끼는데….
아빠와 아들만큼 가깝고도 먼 사이가 있을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아버지의 권위가 절대적인 시대가 있었다. 가족을 부양해야 된다는 책임과 의무감으로 쉬지도 못하고 일에 매달렸던 아버지들도 희생자지만 눈치를 보며 자식을 키워야 했던 어머니들의 노고역시 말로 다 할 수 없다. 돈만 벌어주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아빠들이 나이들어 자식과 아내에게 외면당하는 걸 심심찮게 봐왔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아버지들이 있지만 아픔도 기쁨도 함께 나눈 시간이 없다면 가족이라도 남보다 못하다는 걸 알기에 지금이라도 자신의 자리를 돌아볼밖에…
<무인도로 간 따로별 부족>은 아들과 아버지의 갈등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 멋진 작품이었다.
‘무인도 캠프’라는 고립된 시간은 잊고 살았던 것을 깨닫게 해준 ‘선물’이자 준이와 아빠를 연결시켜주는 든든한 ‘다리’가 되어 주었다. 어릴 때 아빠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준이처럼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없었던 나는 그리움으로 눈물을 흘렸다. 행복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해 목이 메지만 너무 늦기 전에 아빠와 아들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랐다. ‘아빠 역할’도 ‘아들 역할’도 연습 한 번 없이 처음이기에 시행 착오도 많겠지만 마음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면 가장 가깝고도 든든한 사이가 되지 않을까?가슴 찡한 감동과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와준 작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올 여름, 신 나는 무인도 여행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