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책을 권할 때는 되도록이면 수상작, 추천작을 위주로 선별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좀더 유익하지 않을까, 라는 철저히 엄마 입장에서만 선택한다. 방학이 되면서 그동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읽지 않았던 책 좀 읽어라~는 잔소리가 시작되었는데, 독서가 아닌 학습이 되어버린 책 읽기가 아이들의 관심을 받을리는 만무하다. 독서는 아이들에게 학습이 아닌 즐거움으로 다가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엄마는 ‘수상작’에 또 눈이 꽂힌다.
그런데. 제1회 스토리킹 수상작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는 국내 최초로 ‘어린이 심사 위원제’를 도입하여 어린이 100명이 직접 뽑은 문학상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수상작과는 많이 다르다. 어린이 도서임에도 어른들의 심사에 의해 선택되었던 문학상을 어린이들이 직접 선택한다는 점은 정말 획기적이라 할 수 있으리라. 책을 읽다보니, 이 책을 선택한 우리 어린이들의 독서 수준이 정말 수준급이라는 점을 인정하게 되었다. 아이도 엄마인 나도 정말 단숨에 읽어버릴만큼 재미있었던 탓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 무엇인지, 엄마가 아닌 스스로 책을 선택해서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는데, 이는 어린이 심사위원 100명이 준 깨달음이라 해도 좋으리라.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는 추리와 모험을 담은 이야기로 초등5학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추리와 모험은 어린이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소재로 독자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인데, 그 흥미 속에 ‘질문’이라는 키워드를 수록하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추리와 모험의 시작은 문양이가 갖고 싶은 프라모델을 사주지 않는 엄마 탓에 심통이 나고 결국 마술사와의 카드내기에서 한자 학원비 중 3만원을 잃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마술사는 커서 마술사가 되는 게 꿈인 탓에 불리는 이름으로 특히 카드 마술을 잘하는데, 마술사는 10개의 카드 중 상대가 고른 카드가 무슨 카드인지 정확히 알아 맞췄다. 내기에서 이기면 프라모델을 살 수 있다는 기대에 선뜻 내기를 하여 학원비를 잃게 된 문양이가 걱정을 하자, 단짝 친구인 명규는 ‘스무고개 탐정’에게 도움을 청한다. 스무고개 탐정은 스무 가지 질문만으로 어떤 사건이라도 해결할 자신이 있다고 해서 스무고개 탐정인데, 머리 모양이나 입은 옷이 마치 멋쟁이 어른의 모습을 따라한 듯 보였다. 스무고개 탐정은 문양이에게 “왜 도와주어야 하는지” “애초에 내기를 왜 했는지” 에 대한 질문으로 스무고개를 시작하였고, 질문과 마술사와의 내기를 통해 그 비밀을 파헤치고 문양이의 3만원을 되돌려받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문양이의 고민은 해결되었지만 마술사가 실종된 것이다. 반장인 다희의 행동으로 스무고개 탐정은 마술사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사람이 다희임을 확신하였고, 다희를 통해 알게된 내용을 기반으로 마술사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서점 옆에 있는 빨간 간판 은행 현금 인출기 앞으로 단서를 찾으러 나선다. 마술사가 간 길을 쫓아가던 이들은 마술사의 것으로 보이는 카드 10장과 조커 카드 1장을 발견하게 되고, 이 카드로 마술사가 남긴 힌트가 무엇인지를 추리하게 된다.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는 독특한 주인공과 흥미로운 소재로 흡입력이 강한 작품이다. 추리, 모험이라는 흥미로운 소재 속에 용기, 감동,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까지 잘 버무려놓아 유익함까지 갖추고 있으니 100인의 어린이들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겠다. 프라모델이 단순한 장난감이라 생각하는 엄마와 달리 아들 녀석 역시 문양이가 좋아하는 프라모델 이야기에 한껏 동화되어 단숨에 책을 읽어버린다. 재미있는 것은 스무고개 탐정의 질문은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추리를 감행하게 한다는 것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바로 주지 않았기에 독자들도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더욱 책 속에 빠져든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흡입력이 가진 열쇠의 비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문양이처럼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수많은 문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가면 좋을까? 그 해답은 바로 스무고개 탐정에게 있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다보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게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바로 그런 용기와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제 2회 스토리킹 수상작은 어떤 작품이 될까? 벌써부터 이 문학상에 수상될 작품들에 관심을 갖게 된다. 우리 아이들이 읽고 싶은 책,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싶은 지혜 등이 담긴 책을 아이들이 직접 뽑는다는 수상작이 주는 의미가 매우 크다.
(사진출처: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