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언젠가 TV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책을 받아둔 순간 생각이 들었네요.
산골마을 빨간 자전거를 타고 우편물을 전하는 우편배달부를 통해
정겨운 마을 사람들의 일상과 사연이 감동을 주던 거.
빼곡한 작은 제목들을 보며 어떤 내용일까 궁금증과 호기심 가득 담긴 눈으로 책을 보게 되었네요.
짧은 글과 애니메이션 그림들을 보면서 어느샌가 마음이 따뜻해지고,
코끝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그렁그렁 달렸다가 또르르 굴러떨어지기도 하고,
가슴이 벅찼다가 아프다가를 번갈아가며 반복했어요.
젊었을 적 사랑하던 사이였지만, 인연이 되지 않아 헤어졌다가 황혼에 홀아비와 과부로 만나 다시 부부의 연을 이어가는 부부,
일을 해야하는 엄마랑 떨어져 할머니와 살게 된 꼬마, 입양보낸 아들이 혹시 찾아올까봐 대문에 파란페인트를 칠하는 엄마,
투닥투닥 싸우면서도 투박스럽게 사랑을 표현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베트남 며느리의 출산으로 생기를 찾은 마을 이야기, 할머니표 하나밖에 없는 검은콩 아메리카노.
사연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전남 장흥 저 시골 모습이오버랩되고
대문간에 걸려있던 우편함에 늘 가득차던 많은 편지며,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오던 우편배달부 모습이 아른거렸어요.
산골에 사시는 분들의 약심부름도 하고, 편지나 물건을 대신 보내주기도 하는 주인공 우편배달부처럼,
우체국까지는 너무 멀고 우체통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내 어린 시절,
정성들여 쓴 손편지와 우표값을 준비하고 기다리던 그 설레임이 떠오르네요.
며칠 전 서울 가는 길에 공항철도 안에서 펑펑 울고 말았네요.
우편배달부 주인공의 아버지의 부고.
산골 어른들에게는 한없이 자상한 주인공이 정작 아버지와 그리 다정하지 않았던 사연.
그러다가 오래전 아버지가 집 앞 나무 아래서 자신을 안고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
휴대폰에 저장된 아이를 안고서 나무 아래서 찍었던 주인공의 사진을 비교해보고, 너무 닮아있다는 생각에,
아버지도 내가 내 아이에게 그런 것처럼 나를 사랑하셨구나 깨닫는 장면에서 찡해져 오더라구요.
작년에 작고하신 친정아버지가 내가 지금 내 아이들을 사랑하는것만큼
나를 사랑하셨지 생각나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답니다.
사연 하나하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야기에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마음마저 싸늘해지려는 지금,
아이들이랑 사연 하나하나씩 함께 다시 읽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