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자전거를 타고 온 마음 따뜻한 이야기들]
내 나이 또래의 주부들 중에 어려서 김동화의 만화책 한 권 보지 않은 사람을 없을 것이다. 이쁜 그린을 그리는 김동화 만화가로 기억되다가 아이를 키우면서 빨간 자전거를 통해서 그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집에도 빨간 자전거 만화책이 두 권정도 있기는 하지만 텔레비전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나지는 못했다. 아마 지금도 하고 있는가 보다. 이번에 비룡소에서 빨간자전거가 나왔다고 해서 또 나오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동화 형식으로 나오는 차별성을 둔 것이다.
언제 봐도 가슴 한쪽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이번 책은 만화로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사실 개인적으로 만화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만화를 보다가 간혹 그림 때문에 상상력을 방해받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어서 그렇다. 주어진 주인공의 이미지나 그림에 갖혀서 생각하게 되니까 그렇다. 이번에는 줄글로 다시 읽으니 느낌이 배가 되는 것 같다. 물론 텔레비전으로 방송되었던 삽화가 조금씩 나오기는 하지만 줄글 사이에 행간을 오가면서 수많은 상상을 하고 이야기 주인공들의 감정을 배로 곱씹어보게 된다고 할까?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 찡해지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오른다. 아마도 나이가 들면서 다시 그리움을 담아 감수성이 새로생기는 것 같다. 소녀시절의 감수성과는 다른 세월의 흔적을 통해 느끼는 삶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느낄 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꽃씨를 선물하고 그 꽃을 피워 황혼의 사랑을 전할 줄 알았던 이야기나 자전거 여행 속에서 자신이 아닌 어머니가 아닌 힘들었을 아내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이야기, 가족들을 위해서 구멍난 양말을 신으면서도 좋아했던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모두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다. 살면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우리는 좋은 것을 경험하면 그보다 못한 경우에 늘 아쉬움을 갖게 된다. 그러나 소중한 것을 지금 그 순간 감사하는 것인데 욕심때문에 그것을 놓칠 때가 많은 것 같다. 빠르게 돌아가는 삶의 템포에서 한템포 느리게 삶을 돌아볼 여유를 갖게 하는 그런 아름다운 동화들이다. 빨간 자전거를 타고 흘러온 사랑스럽고 따뜻한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