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를 보니 ‘당신을 위한 행복 배달부’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은 보통 광고관련 우편물이나 공과금 고지서 등의 우편물이 대부분이지만 예전에는 정말 많은 편지들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 소식을 전해주는 집배원 아저씨들. 저희 집에도 오랜 시간동안 우편물을 가져다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제가 결혼하기 전부터의 인연이 있었으니 정말 오랜시간을 함께 해온 분입니다. 참으로 재미있는 것은 처음에는 엄마댁 근처의 우편물을 가져다 주시다 그 다음에는 저희집 근처, 이제는 동생네 우편물을 가져다 주십니다. 며칠전 동생네 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길을 가다가 우연히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시간을 보낸 분이라 저희 가족의 신상명세를 다 알고 계시는 분입니다. 가족관계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이름까지 알고 계시니^^ 그렇게 길에서 우연히 만난 아저씨와 저희 세 모녀는 동생네서 함께 식사를 하였습니다. 그분은 단지 우편물을 전해주시는 분이 아닙니다. 편지에 담긴 마음까지 함께 전해주시는 분이기에 이 책을 읽는 마음도 남다릅니다.
아직도 낮에는 여름날처럼 햇빛은 강하지만 바람은 선선하게 붑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완연한 가을을 느끼게 합니다. 역시 다른 계절보다 가을과 어울리는 편지입니다. 저또한 가을이 되니 짧은 시라도 한편 옮겨 적어 지인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편지를 쓸때의 행복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수 없습니다. 편지를 쓰는 사람의 마음도 받는 사람의 마음도 행복해집니다.
조선일보에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연재된 빨간 자전거는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시골 마을 야화리 곳곳을 돌아다니는 집배원의 일상을 다룬 만화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단순히 우편물만을 배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전하는 빨간 자전거의 집배원. 우리들은 집배원이 전하는 사연을 만날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나는 들길, 산길, 자작길, 신작로.
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빨간 자전거입니다. 때론 부치지 못한 마음을 들고, 때론 그리움의 징검다리를 건너 나는 한 통의 편지가 되어 정겨운 사람들 속으로 달려갑니다.
“찌릉 찌릉~” – 본문 9쪽
주소를 알지 못해 아빠에게 보낼수 없는 편지는 종이배가 되어 할머니의 마음은 따뜻한 도시락이 되어 좋은 남편과 아비가 되지 못했던 할아버지의 마음은 돌탑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집니다. 참으로 따스한 사람들입니다. 아마도 이 세상이 아름답다고 느껴지고 살아볼만하다고 느껴지는 어딘가에서 이런 고운 마음들이 조용히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나이가 드니 눈물이 많아집니다. 마음이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에도 자꾸 눈물이 흐릅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나니 눈이 벌개져 보기 흉할 정도입니다. 이 책은 절대로 사람들이 많이 있는 자리에서 읽으면 안될듯 하네요. 찬바람이 부니 괜시리 마음에도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런 우리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드는 책을 만났습니다. 이 책을 보니 그리운 사람들에게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는 것이 힘들더라고 내가 아닌 우리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살아가야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