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읽은 ‘문명과 수학’을 읽던 중 히파티아의 등장이 너무 반가웠다. ‘그리스 여성 수학자인 히파티아는 기독교 광신들에게 무참한 죽음을 맞이하여 고대 그리스 수학의 종말을 뜻할 정도로 슬픈 일’이라는 글에 가슴이 뭉클했다. 한때 정자매를 위해 여성관련 서적들을 골랐다. 나라를 빛난 여자의 힘, 김만덕과 허난설헌 그리고 히파티아. (책 첫 장에 ‘지혜로운 여성이 될 정자매에게 엄마가’ 라고 적었다) 나를 위해서는 ‘이덕일의 세상을 바꾼 여인들’을 준비했는데 책이 두꺼워서 틈틈이 읽고 있다. 간혹 내가 너무 편협한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나름대로 다양한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대단한 여자라거나 남자를 무시하는 게 아니니까. 아이들에게 좀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도 그런 모습으로 살고 싶었고..
짧은 책이지만 고대 알렉산드리아의 모습과 히파티아의 진지하게 배우는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졌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도 더 전에 알렉산더 대왕이 세운 오래된 도시 알렉산드리아는 학문과 무역의 중심지가 되었다. 기원후 400년 무렵 한 여자아이 히파티아가 태어났는데, 읽기도 쓰기도 배울 수 없는 그 시기에 엄마는 딸에게 집을 가꾸고 천을 짜고 요리하고 바느질 하는 법을 가르치려 했는데 대학교수의 아빠는 여자아이도 남자아이와 똑같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가르쳐주겠다고 한다. 아빠는 히파티아가 걷기 시작하자 꼼꼼한 선생님이 되었고, 히파티아는 수영도 배우고 물고기 이름도 알고 물고기 잡는 법도 배운다. 말 타기를 배워 거리를 누비고 보트를 타고 노 젓는 법도 배우고 끊임없이 연습을 하고 무엇이든 척척 배우는 딸이 아빠는 자랑스럽다. 읽고 쓰는 법을 배워 위대한 시인들의 작품도 읽는다. 과학, 식물, 생물과 별자리, 수학과 철학까지 히파티아는 끊임없이 배우고 연습한다.
지혜와 학식을 갖춘 젊은 여인으로 널리 알려지고 강의도 하고 아빠와 학자들의 작품을 설명하는 책도 썼고 지도자들의 존경도 받는다. 과학자로서 철학자로서 작가로서 선생님으로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사람들은 지혜로운 여성으로 히파티아를 기억한다.
여기까지가 ‘지혜로운 여성 히파티아’의 이야기고 그 후의 이야기와 수학의 역사, 책에 나온 철학자 사상자 작가들을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알렉산드리아의 새로운 대주교는 히파티아의 명성이 두려워 자신과 생각이 같은 기독교 광신자들을 부추겨 히파티아를 죽이고 그 후로 사람들은 그녀의 연구와 업적을 잊는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은 누구든 자유롭게 배우고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데 그녀는 시대를 잘못 태어나 재능이 있고 사는 동안 지혜로운 여성으로 이름을 날렸음에도 그녀를 견제하는 사람에 죽임을 당하고 그녀에 대한 기록마저도 남아있지 않다니.. 배우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좀 더 즐겁게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