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베르나르 올리비에 프랑스에서 비행 청소년들을 소년원에 보내는 대신 도보 여행을 시킨다는 것을 알고 소설로 썼다고 한다. 실크로드의 70일 도보 여행. 이은성과 주보라는 미주언니의 인솔로 동서양의 문문교류인 실크로드를 횡단한다. (우루무치 – 투루판 – 하미 – (명사산) – 둔황)
실크로드를 진짜 비단으로 만든 길은 아니어도 비단같이 고운 길을 말하는 거 아니냐는 황당한 말을 하는 은성, 나눠준 자료를 제대로 읽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보라. 은성은 미혼모의 딸로 잘 나가는 유지연에게 주먹을 날려서, 보라는 폭력을 당하고 그 스트레스로 물건을 훔쳐서 구치소 판결이 내려졌다. 모범생처럼 보였던 미주언니도 실은 힘든 과거가 있었고 그랬기에 은성과 보라를 이끌고 힘든 경험을 한다. 주방에 숨겨진 미주언니 가방, 도망갔던 아이들의 이야기, 우연히 벌어진 일본 관광객과의 싸움이 일어나고 보라는 싸움꾼 은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마치 은성이가 자신을 때렸다는 생각마저 한다. 몸살이 심한 미주언니에게 죽과 약을 사다준 은성과 달리 보라는 지갑을 훔쳐 달아나고 은성도 얼떨결에 따라간다. 이제 2주만 더 가면 횡단도 끝인데..
밤 거리를 걷는 두 아이에게 중국인들이 수작도 거는데, 마침 근처에 있던 조선족 3세 3명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같이 어울리는데 보라는 뜬금없이 자신들은 대학생이고 자신은 만화가가 꿈이고 은성은 권투한다고 대범한 거짓말을 한다. 둘이 실크로드 횡단을 한다니까 조선족 일행은 둘이 대단하다고 말을 하며 둔황가는 길에 있는 명사산에 꼭 가보라는 말을 듣는다.
오아시스에서 유목민을 만나고 아무 혜택이고 누리지 못하고, 풀과 물을 찾아 계속 이동해야만 하는데 뭐가 그렇게 행복한 걸까? 생각하게 된다. 어찌어찌해서 결국 미주언니를 만나고 둘은 기간을 못채우고 이탈했으니 귀국할 수 밖에 없다고 하자
‘여기에서 포기하고 한국에 돌아가면, 앞으로 계속 포기만 할거 같아요. 이젠 더 이상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횡단을 끝내고, 바람 불기에 따라 굴곡도 변하고 산의 모양도 매일 바뀌는 모래산인 명사산에 가고자 한다.
후회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래도 조금 덜 후회하며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십대의 에너지는 십대에 다 써 (미주)
언니네 엄마는 언니를 사랑한 게 틀림없어. 그러니까 언니 나이에 언니를 낳은 거야 (보라)
혹으로 보이는 낙타의 봉에는 사실 낙타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들어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혹이 아니라 봉이다. 그리고 엄마도 나에게 있어 마찬가지다. 설령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신기루일지라도 상관없다. 걷다 보면 언젠가는 오아시스가 나올 것이다. 사막에는 반드시 오아시스가 숨어 있으니까. (은성)
성장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보라와 은성은 딴 세계의 아이들이 아니다. 내 아이일 수도 있고 옆집 아이일 수도 있다. 다 소중한 아이들이 잠깐 실수를 한 거다. 물론 맞은 넘은 엄청난 상처를 받겠지만 때린 넘도 마음이 편하진 않을 거다. 내 아이가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고 나보다 훨씬 넓은 마음을 갖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