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강렬한 첫 인상은 알아가면서 평범하거나 희미하게 덮어지게 마련이고 기대가 클수록 실망이 커지는 경우도 많다. 반대의 경우를 만난다면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표지를 보는 순간 기대감, 호기심이 폭발했다. 처음 보는 작가의 이름과 낯선 그림. 화려하지 않고 검정, 빨강, 노란색으로만 이루어진 단순한 그림과 제목만으로도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앙거스는 골목 모퉁이 오래된 이층집에 아빠, 엄마 두 삼촌과 살고 있다. 아빠와 두 삼촌은 양말 공장을 운영하는데 양말은 그들이 직접 만든 멋진 양말 기계에서 생산한다. 앙거스 집 뒤에 뜰에는 큰 나무가 여러 개 있고 그 나무들에는 참새가 많다. 그 참새들 중 하나인 브루스는 앙거스의 친한 친구이다. 사람들이 앙거스네 양말 가게를 오지 않고 큰 백화점으로만 가면서 양말 기계는 점점 더 할 일이 없어지고 가족들은 힘든 겨울을 맞는다. 그리고 어느 날 브루스는 추위에 떠는 앙거스를 위해 스스로 기계를 돌려 빨간 양말을 만들어 주고 곧 모든 참새들에게 양말을 만들어 준다. 참새들은 따뜻한 양말에 너무 기뻐하지만 앙거스는 참새들을 양말을 만드느라 실을 다 써 버렸다. 양말도 안 팔리는 상황에서 쓸데없는 짓(?)을 하였으니 앙거스는 큰 잘못을 한 것이지만 자신이 친구를 위해서 한 행동을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솔직하게 말하고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도 한다.
이 부분에서 브루스를 향한 앙거스의 진심에 깜짝 놀랐다. 참새 친구에게 양말을 만들어 준 것까지만 해도 어쩌면 작은 사건의 하나쯤으로 여겨졌지만 그 행동에 대하여 어른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이 친구인 참새에게 한 행동이 정당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였다. 어쩌면 그게 바로 저자가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자 하는 우정의 모습이지 않을까? 브루스 또한 앙거스의 진심을 알기에 자신이 신고 있던 양말과 다른 참새들의 양말을 다 모아 돌려주려고 하지만 참새의 양말을 갖고 싶어 사람들이 몰려들어 기계가 다시 바쁘게 돌아가게 되고 양말은 참새들은 양말을 가질 수 있게 된다.이야기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후 앙거스와 브루스의 우정이 더욱 두터워졌겠지?
아이들에게 ‘친구’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싶어 시작된 생각은 꼬리를 물어 ‘지금 나의 친구는 누구’이고 ‘나는 그들에게 어떤 친구인지’에 이르렀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은 친구가 생기고 그들 또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음 좋겠다는 소망도 가지게 되었다.
친구 「명사」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더하여 속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하나를 받으면 두 개를 주고 싶은 자주 만나지 못해서 멀리 있어도 편안한, 등의 의미도 추가하면 어떨까? 아이들이 커가면서 스스로 경험한 친구의 의미는 뭐가 있을지 나누어봐도 좋겠다.
화려하지 않은 그림으로 디테일을 살리고 보편적인 주제로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는 이런 그림책. 한 번 읽고 나면 목이 잠길 정도로 긴 내용이지만 보고 또 봐도 재미있으니 오늘 밤에도 다시 한 번 아이들과 함께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