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비애’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써도 될런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몰랐으면 싶은 말이지만 벌써 그 말의 의미를 알아버린 아이가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그렇게까지 못하는 것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못하는, 그래서 자신의 모순을 통해 생의 비애를 알아버린 아이 말이다. 다른 사람에겐 웃고 말 얘기만 아이에게는 아프고도 심각한, 그런 얘기를 아이는 가졌다. 그 아이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차공만이다.
공만이는 이름 그대로 축구만을 생각하는 아이다. 아기 때부터 공만이의 관심은 오로지 축구에만 있었다. 한데 문제는 공만이가 축구를 못한다는 데 있다. 사랑하는 만큼 축구 실력도 좋으면 좋으련만, 공만이가 잘하는 건 얘기 뿐이다. 축구 박사 공만이가 헛발왕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것만 봐도 공만이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곤란한지 알 수 있다. 이번에도 공만이는 자책골을 집어 넣어 자기네 반이 지는데 한 몫을 했다. 절친 당찬이가 앞으로 축구 시합에 빠지란 얘기를 했을 정도니, 공만이의 축구 실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고민 끝에 공만이가 솟대 오리를 찾아갔다. 마을의 수문장이니 자신의 문제 쯤은 가볍게 해결해주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런데 솟대 오리는 공만이의 고민을 듣자마자 대뜸 양말부터 벗어보란다. 고린내 나는 양말을 가만히 보던 솟대 오리가 공만이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나흘 후에다시 오란다. 나흘 후 솟대 오리는 공만이의 우상인 메시의 그림자로 한 올한 올 짠 양말을 주며 아무에게도 비밀을 말하지 말란다. 드디어 공만이의 전성시대가 왔다. 그렇게 어렵던 축구가 누워서 떡 먹기가 됐다.
그런데 세상에 좋은 일만 일어나는 건 아닌지 이제는 아이들이 공만이를 끼어주지 않으려 한다. 공 만질 기회가 너무 없다나 어쩐다나. 하긴 공만이도 재미가 전 같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공만이의 소식을 듣고 온 어린이 축구단 감독의 테스트를 받다 공만이가 쓰러져, 한바탕 난리가 난다. 공만이의 심장이 축구 실력을 감당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이 일을 계기로 공만이는 그림자양말을 솟대 오리에게 다시 주기로 마음 먹는다. 솟대 오리는 대신 굼벵이양말이 자라고 있다며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한다. 공만이가 올때부터 이미 발에서 굼벵이 마법이 자라고 있었다나 뭐라나……
앞으로도 공만이가 축구를 잘 할런지 못 할런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토록 좋아하고 꾸준히 노력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하나 잘 할 확률이 더 높아보이는 것은 공만이의 신발에서 항상 고린내가 났다는 점이다. 좋아하고 노력하는 사람을 누가 이길 수 있을까. 게다가 공만이는 잘하지 못 했을 때의 비참한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않은가. 아직은 아니지만 공만이가 축구왕이 될 날이 그리 멀지는 않아 보인다. 이미 공만이의 전성시대는 시작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