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Marnie was there
추억의 마니
조앤 G. 로빈슨 글
페기 포트넘 그림
비룡소 펴냄
“엄마, 꼭 이 책을 읽으세요!”
“엄마하고 이 책을 같이 읽고 싶어요!”
우리는 휴가 기간에 이 책을 챙겼고, 딸아이는 시간을 내어 다 읽을 수 있었다.
다 읽고 나서 나를 붙잡고 이렇게 말했다. 정말 재미있으니까 엄마도 빨리 읽어보라고…
아이가 개학하기 까지 집 안팎의 일들이 많아 계속 이 책의 앞부분만 들춰보고 있는 나에게
엄마랑 같이 읽고 싶다면서 뒷부분에 엄청난 반전이 있다는 귀띔을 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몇 일 전부터 저녁 먹고 나서 소파에 앉아 같이 책을 읽어나갔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지브리 스튜디오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작품으로
이 작품을 골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이 갔다.
이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보다는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드는 애니메이션이 훨씬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아이와 내가 이 책을 모두 읽고 나서 공감한 부분이다.
언제 개봉을 하냐고 매일 물어본다.
애니메이션으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너무나 궁금하다면서.
일본에서는 7월에 개봉을 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9월쯤? 11월쯤? 개봉을 하려나…
책을 다 읽고 나니, 표지그림에 있는 파란색 창틀 안의 마니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누군가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주기를 간절한 눈빛으로 호소하는 것 같은…
안나는 고독하고 우울하지만 ‘평범’해 보이려고 굉장히 애를 쓰는 한 소녀다.
다른 사람들은 독특하고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럴수록 안나는 그것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듯 평범하게 행동하려고 한다.
그만큼 조금만 안나를 이해하고 바라본다면, 믿어준다면 걱정할 것이 없는 아이가 맞다.
오히려 쿨하고 깔끔하며 정갈한 성정을 가진 아이다.
그 이면에 섬세한 감성까지도 가진…
그런데 안나는 자신은 늘 ‘원 밖’에 있다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은 ‘원 안’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안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며, 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까?
모든 증상에는 원인이 있겠지.
아.. 안나에게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안나는 마음을 붙일 곳이 없었다.
어릴 적 엄마, 아빠는 이혼을 했다.
아빠는 어디론가 가버렸고 엄마는 안나를 버려두고 재혼을 했는데 신혼여행을 가다가 교통사고로 죽고 만다.
그 이후 안나는 할머니가 보살피게 된다.
그런데 할머니마저도 어디론가 떠나셨다가 돌아가시게 되고
안나는 결굴 보육원으로 보내진다!
그 후 다행스럽게 안나는 한 가정에 입양이 되는데,
양부모가 자신을 입양한 댓가로 매달 지원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다시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안나는 버려지는 아픔을 여러번 겪은 아이다…
학교에서 적응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안나는 런던을 떠나 노포크 해안가의 리틀 오버턴으로 오게 된다.
바닷가 마을인 리틀 오버턴의 페그씨 부부 댁에서 지내게 된 안나.
바닷가 근처를 탐색하듯 돌아보면서 안나는 물가에 있는 커다란 집을 발견한다.
아무도 살 것 같이 않은 이 저택.
그러나 안나는 마시 저택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누군가가 자기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고,
안나에게 매일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 저택 주위를 맴돌다가
자기 또래의 소녀인 마니를 만난다!
언뜻 안나의 눈에 띈 듯한,
창문가에 서있던 소녀였다.
그러나 안나는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면 도망치곤 했다.
바닷가 마시 저택, 썰물 때 드러난 개펄, 보트, 모래언덕, 그리고 풍차…
아름다운 바닷가를 배경으로 마니와 안나는 둘만의 비밀스런 만남을 갖게 되고,
그들은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행복감에 푹…젖는다.
그러나 그렇게 믿었던 마니와의 관계 속에서도 질투를 느끼며 버려지는 배신감을 또 한 번 느끼게 되는데…
그러나 안나는 마니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떠나는 마니를 용서하게 된다!
“언제 어디서인지는 약속할 수 없어. 하지만 나를 계속 찾아봐줘, 제발.”
마니의 존재는 어쩌면 또 다른 안나 자신과의 만남이 아니었을까?
서로 비밀을 얘기하며 추억을 쌓고 ‘또 다른 나’를 용서하면서 안나는 점점 치유되어 가고 있었으리라.
안나와 마니의 만남은 정말 시공간을 뛰어넘는 꿈결같은 만남이었다!
<추억의 마니>는 놀랍게도 1967년 작품이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배경묘사와 섬세한 심리묘사가 너무나 인상적이다!
안나와 마니의 만남을 통해 각자 가지고 있던 아픔과 상처가 아름다운 경험으로 기억되고,
마침내 용서와 치유까지 이르게 되는, 시공간을 초월한 아름다운 판타지이다.
깊이 공감되던, 어쩌면 안나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한 구절이 있다.
“누가 뭐라고 말할 수 있겠니?
네가 내 나이만큼 되면 이건 이 사람 잘못, 저건 저 사람 잘못, 하고 그렇게 쉽게 말할 수가 없게 된단다.
긴 안목으로 바라보면 모든 것이 그렇게 선명하지가 않거든.
사방에 대고 책임을 떠넘길 수도 있지만 또 아무 곳에도 책임을 넘길 수가 없다.
불행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누가 분명히 말할 수 있겠니?”
작가 자신의 모습이 담긴 섬세한 이 작품을 통해 주인공 안나 뿐만 아니라
모든 독자들 역시 공감과 감동, 그리고 치유를 경험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얼마 전 내한하였던 앤 파인 작가님과 강무홍 작가님의 합동 강연회에서 하셨던 두 작가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문학은 우리에게 마법을 겁니다. 우리가 도피할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를 풍요롭게 합니다.”
너무나 많은 우리 어린이들은 제한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주변 세계를 탐험할 자유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 채 작은 지붕 아래서 너무나 많은 시간을 보내고, 너무나 많은 시간을 공부합니다. 문학은 어린이의 내면의 지평을 넓혀 줍니다. 어린이는 책 속에서 만나는 갖가지 인물들의 생각과 결정을 이해하고 판단하며 감정을 넓히게 됩니다. (중략) 그리고 만약 이야기 속에 어린이 독자 자신의 경험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점이 있으면, 심지어 아주 조금만 일치하더라도 더없이 놀라운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 앤 파인
어린이는 책을 통해 낯선 세계를 여행한다. 이 자유로운 여행자는 책 소의 이야기에 자신의 경험을 투사하여 묘사된 세계 너머의 생략된 세계까지 읽어 내고, 그 세계에 자신만의 고유한 빛과 색채를 더하며 그 인물들의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낸다. – 강무홍
출처 – 시공주니어 북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