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달자|원제 (The) Giver|로이스 로우리|비룡소
전 세계 1,000만부 베스트셀러인 <기억 전달자>가 영화 <더 기버>로 개봉을 하면서 원작 소설에 대한 관심이 더 모아지고 있다.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두가 똑같은 형태의 가족을 가지고 동일한 교육을 받으며 살아가는 미래의 어느 마을이 있다. 어떠한 종류의 고통도 없는 완벽한 행복을 이루기 위하여, 그리고 완전한 사회와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분란의 소지를 모두 제거해 버린 곳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인간세상의 모든 선택의 문제들을 통제하고 맞춤형으로 결정해 주며 늘 같음의 상태를 유지하는 미래의 사회이다.
그리고 그 이전 혼돈의 시대의 기억을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기억전달자와 그로부터 기억을 물려받을 기억보유자가 있다. 그곳의 삶은 모두가 차별 없이 동등하다. 또한, 어떠한 감정도 느낄 수 없는 세상이다. 오로지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모든 것이 이루어질 뿐이다.
그런 세상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감정이 있다. 물론 이 많은 감정은 우리에게 항상 행복만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때로는 고통을 주기도 하고, 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렇게 고통을 주는 감정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폭력이나 가난, 상처를 주는 일까지도 전혀 없는 세상이 있다면 우리는 정말 완벽하게 행복할까?
12살 조너스가 사는 세상은 늘 같음 상태이다. 규칙들 속에 살아가고, 어기면 즉시 공개반성과 사과를 해야 하며, 아침이면 지난밤 꿈에 대한 이야기를 고백하고, 가족도 배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배우자도, 직업도, 모두 마을 원로회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12살이 되기 전까지 자원봉사를 하며, 12살이 되면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직업을 부여받게 된다. 나이가 들면 배우자를 신청하고, 자식을 입양하고, 기초가정을 이루다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때 임무해제를 맞는다. 쌍둥이가 태어나면 몸무게가 더 많은 아이는 기초가정에 보내지고, 약한 아이는 임무해제를 맞는다. 그 의미도 모른 채 아무런 감정도, 느낌도 없이 살아가는 게 조너스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기다리던 12살 직위식 날. 조너스는 마을에서 제일 영예롭다는 ‘기억 보유자’ 직위를 받게 된다. 기억 보유자는 무례함을 금지하는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되며, 어떤 주민에게 어떤 질문이든 할 수 있고, 꿈을 이야기하는데 참여하지 않으며, 임무 해제를 신청할 수 없고, 거짓말을 해도 된다.
새로운 기억 보유자가 된 조너스는 기억 전달자와 훈련을 시작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 이전의 세계에 대한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기억보유자가 된 조너스는 효율적이고 평화로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희생된 진짜의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마을 사람들이 한 번도 갖지 못한 모든 것들을 조너스는 ‘기억 전달자’로부터 하나씩 받아들이는 훈련을 하게 된다. 난생처음 느껴본 ‘눈’, ‘썰매’, ‘햇빛’, ‘무지개’. 황홀하고, 흥분되고, 행복한 모든 기억들과 느낌들을 기억전달자로부터 받게 된다. 친구의 머리색이 빨강이었다는 것과 나무의 초록빛, 사과의 색깔, 그리고 사람들의 피부색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된다. 무채색이던 조너스의 세계에도 ‘색깔’ 이란 것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왜 모든 사람들이 지금은 그것을 볼 수 없게 된 건지, 왜 색깔을 사라지게 했는지 등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행복한 기억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직위에 만족하던 조너스는 어느 날 몹시도 고통스러워하는 기억전달자로부터 아프고, 슬프고, 두려움, 공포, 전쟁에 대한 기억들을 받게 되면서 더 이상 행복하지도, 자신의 세계에 만족하지도 못하게 된다. 또한, 보육사인 아버지가 늘 말하던 임무해제의 의미도 알게 된다. 어느 날 조너스는 쌍둥이들의 임무해제를 보게 된다. 그것은 바로 안락사.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적당한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거나 노인이 되는 사람들은 임무해제를 당하게 된다.
조너스는 기억을 전달받으면서 가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랑이라는 감정도 알게 되었으나 동시에 전쟁, 아픔, 배고픔 등에 대한 고통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참여하지 못했던 임무 해제가 무엇인지도. 잠투정이 심한 가브리엘이 결국 임무 해제를 받자 조너스는 가브리엘을 위해,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위해 모험을 감행하게 된다.
조너스는 바꾸고 싶어 한다. 그래서 결국 마을의 규칙을 부정한 채 도망친다. 무채색의 세계에 색을 입히고 싶고, 뭐든지 자신의 선택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며 사랑이라는 느낌을 마을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어 한다. 마지막 조너스의 선택은 늘 같음 상태의 세계에서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경험한 모든 것을 마을사람들에게 돌려주려고 한다. 그리고 늘 같음 상태에서 벗어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되찾게 된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전쟁도, 고통도, 굶주림도, 빈부의 차이도 없는 평등한 세상, 사건사고가 없는 안전하고 정의가 살아있는 세상을 꿈꾸지만 현실은 아니다.
조너스가 지금 이 세상을 본다면 과연 늘 같음 상태를 해제한 걸 후회하지 않을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공평하고 완벽한 사회를 위해 희생된 감정, 조금이라도 사회 규율에서 벗어나면 얻게 되는 임무해제(죽음)를 떠올린다면, 과연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란 과연 어떤 세상일까?
이 책은 마을 사람 모두에게 잃어버린 감정을 찾아주기 위해 나서는 12살 소년 조너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과 환경오염, 고령화 문제, 이기주의 등. 수많은 사회문제를 지닌 채 불안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감정 없는 삶을 살아가지 말라고 충고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