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좀 잠자리가 높이높이
김황 글, 김재희 그림 / 비룡소
고추 좀 잠자리?
고추 잠자리가 아니고?!
책 표지에 보이는 잠자리는 분명, 우리가 흔히 ‘고추잠자리’라고 하는
그 잠자리였다.
사실, 잠자리가 붉은 색을 띄면 다 ‘고추잠자리’인줄 알았다.
그런데 이 잠자리가 ‘고추좀잠자리’라고?!
이번 비룡소에서 물들숲 그림책 여덟번째 책으로 나온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추좀잠자리’의 일생을 다룬 책이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잠자리라고 하면 가을철에 돌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으로 인식해온 나에게,
잘못된 지식을 교정해주는
친절하고도 따뜻한 그림의 책이었다.
잠자리가 잠자리의 형태를 갖추기 까지,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었다.
고추좀잠자리 알이 깨는 봄부터
애벌레가 물벼룩, 장구벌레 같은 작은 생물을 먹으며
천적들의 공격을 피해
열 번 넘게 허물을 벗으며 자라면서
초여름, 허물을 벗고 어른 고추좀잠자리가 되기까지.
그리고, 이것이 진짜 시작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붉은 색을 띄기 까지는
서늘한 높은 산으로 올라가야 하고
새들의 시선을 피해야 한다.
여름이 끝날 무렵,
드디어
수컷 고추좀잠자리 몸이 붉게 바뀌기 시작한다.
(암컷은 몸 전체가 황갈색이 된다.)
누렇게 익은 벼 위로 날아다니는 잠자리들! 이들이 모두 ‘고추좀잠자리’라니!!
(각장의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작은 글씨로 각 그림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고추좀잠자리부터 물자라, 실잠자리애벌레, 소금쟁이, 게아재비,무당거미, 된장잠자리까지~ 잠자리와 함께하는 미니 곤충도감을 보는것 같다^ㅡ^)
고추좀잠자리의 결혼.
짝짓기, 그리고 논바닥에 고인물을 찾아 톡톡 물을 두드리듯이 낳는 알.
겨울이 다가오고
고추좀잠자리는 소리없는 긴 잠을 잔다…
생명은 생명을 낳고
봄이 오면
새로운 생명이 깨어나
우리에게
새로운 가을 풍경을 보여주겠지.
고추좀잠자리의 일생을 다룬 페이지 뒷장에는
알에서 날개 돋이까지 한눈에 볼 수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고추좀잠자리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글도 있었는데
6월~11월에 나타나는 이 고추좀잠자리가 세상에 많은 잠자리 가운데 땅과 높은 산을 옮겨 다니는 잠자리는 고추좀잠자리뿐이라니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 잠자리가 새롭게 보였다.
뒷장에는 다양한 잠자리들을 소개해 놓았다.
특히 자세히 보게 된 잠자리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추잠자리’.
5월~9월에 나타나는 잠자리로 정말 온 몸이, 머리까지 온통 붉은 잠자리였다. (다 자란 수컷일 경우)
책을 읽는 내내 노래 하나가 떠올랐다.
♪ 윙윙윙윙 고추잠자리~ 머리위로 하나가득 나르네~
혹시..고추좀잠자리를 보고 고추잠자리라고 노래부르진 않았을까…
어쩌면, 우리는 고추좀잠자리를 너무도 몰라주었지 않나 싶다.
자세히 보아야 겠다.
이제 계절이
시원한 가을 속으로 들어온 것 같다.
고추좀잠자리가 높이 높이 나는 모습을 보며 제대로 이름을 불러주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