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전래 동화는 전집도 있고,
어쩌다 간간히 한 권씩 사 모은 단행본도 있는데,
읽으면 모두 다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인 건
전래동화라는 게 그렇듯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림 역시 다 뭔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와서
다 읽고나서도 특별한 느낌을 받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모처럼 책을 읽고 이쩅하니 다가 와서
글쓴이를 다시 들춰보기도 하고,
그림작가가 누군가를 다시 살펴 보게 되는 되는 책을 만났다.
<땅속나라 도둑 괴물> – 송언 글, 장선환 그림
표지부터 봐라. 만만하지가 않다.
제목의 그 ‘땅속 나라 도둑 괴물’임이 분명한 괴물이
표지의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목탄 느낌의 그림하며 생생한 표정들.
주인공이겠거니 미루어 짐작되는) 한 청년은
그에 비해 아주 작은 사이즈로,
게다가 기둥 뒤에 반은 숨어 그려져 있다.
기세 등등한 괴물 얼굴에 비해 주눅이 든 듯한 표정.
이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 세밀한 그림 좀 보게나.
정말 이야… 소리가 나오게 한다.
눈 덮힌 어느 겨울의 출정식 장면.
길거리 가게의 모습이며 사람들 표정까지.
꽉 채운 그림 어느 한 구석도 소홀히 그리지 않았다.
아이 책에서 이런 공들인 역작을 만나게 될 줄이야.
이건 뭐, 그냥 역사 책 한 페이지이다.
공간 구성이며, 세밀한 묘사와 색감까지
그야말로 아름답다.
좋은 그림이란 건 지 혼자 잘 그린 거라기보다는
글의 내용을 잘 설명해주고,
또는 글에서 다 담을 수 없는 걸 상상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산신령이 황소만 한 호랑이를 타고 나타나 일러 주었지’
이 한 구절을 이 그림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을 거다.
그림 그 자체로도 좋지만,
그림책의 그림으로 정말 좋다고 생각되었던 부분.
이 페이지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 느낌.
배경 색의 색감하며
호랑이 날라가는 저 구도하며
우리 나라 심산유곡의 묘사와 함께
살펴 보면 나무 하나까지 세밀하게 그려 놓은 것이
정말 이 책 그림은 작품으로 해 놓았다 싶다.
워낙 그림이 우수하다보니 그림에 먼저 빠졌지만,
전래동화의 기본인 글 맛도 나쁘지 않다.
그대로 구연동화를 한다고 해도 흥미 있을 만큼
글의 맛이 팍팍 느껴지게 만드는 표현들이다.
아이도 그 자리에서 재미를 붙이며 읽어 치웠는데,
전래동화의 이야기 맛은 그대로 다 살아 있으면서
그림과 어우러져 산뜻한 분위기를 내는 책이다.
그냥 저냥 전래동화의 하나겠지 싶었는데
공을 많이 들인 그림에 미안해서라도
한번 더 펼쳐서 읽고 싶어진다.
자꾸 들쳐보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