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눈에 익은 시리즈였는데 이번에 신간이 나와서 비룡소의 『STOP! ⑨ 세계 환경 회의와 동물 대표』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 까지는 문고판 사이즈의 작은 책이려니, 동물 및 환경보호 관련 번역서려니 생각을 했다. 제목도 영어인데다 책 표지의 컬러의 색감이 이국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지은이가 누구인지 보지 않고 내용을 읽어나갔는데, 한 반쯤 읽으면서도 ‘외국이라 그런가? 과학동화인데도 역시 악덕 기업에 대한 시민들의 정당한 시위가 가능하군. 휴~ 우리 나라는 언제나 이런 분위기가 될는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작가가 궁금해져서 앞 표지를 보니 글, 그림 모두 우리나라 작가인 김산하, 김한민 한 팀의 작품이었던 것!
그때부터 나의 관심도와 호감도가 급 상승하기 시작했다. 재생지에 콩기름 잉크로 인쇄하여 책장을 넘기면서 더욱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인 지니의 특별한 동물사랑과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등의 신비한 능력, 특히 STOP!을 외치면 5분간 무엇이든 얼음 상태가 된다는 것이 정말 흥미로웠다. 기업을 문어발식으로 운영하는데다 환경에 대한 의식은 전혀 없는 선랜드 기업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회의에 동물들을 참여시켜 그들이 직접 자신들의 아픔을 증언하도록 하는 이야기가 가슴 깊이 와 닿았다. 그리고 동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지니의 능력이 멋지게 발휘되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말 못하는 동물들의 애환이 그렇게 구구절절 할 줄은 생각 못했다. 동물원에 가면 신기해서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그저 구경하는 우리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또 지구온난화로 인해 고생하는 동물들, 인간의 호사스러움을 충족시키려 희생되는 모피털의 주인공인 동물들… 나는 어른이지만 그동안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지와 환경에 대한 아무런 의식이 없이 지내왔다는 것에 적잖은 후회와 반성을 하게 되었다.
만화도 구성되어 있지만, 동화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다정한 모습의 캐릭터와 다양한 색깔을 사용하여 컬러의 색감을 잘 살린 점이 마음에 든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스토리 안에 녹아있는 과학적인 지식이나 사건들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친근하고 흥미진진하게 읽다보면 동물에 대한 지식도 배우게 되고 동물들에게 공감할 수도 있으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을 다 못 읽은 딸아이는 물론 많은 사람들과 같이 나눠 보고 싶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다 같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자연과 더불어 행복하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 부조리한 것들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밝힐 것을 밝히고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밝혀내야하는 것들 앞에서 침묵하는 것은 더 나은 미래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한 좋은 태도가 아님을 아울러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지니와 박사님의 노력처럼 말이다.
환경파괴, 이제 S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