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연못지기 16기로 활동하고 있는 준이랑찬이랑이에요.
지난 달 책에 이어, 이 달에 만나 본 책은
1998년 안데르센 상을 수상하고 제4회 린드그렌 문학상 수상작가인
캐서린 패터슨의 【목사님댁 말썽쟁이】 랍니다.
올해 5학년이 되는 우리 준이가 이 책의 주인공에게 무척 친밀감을 느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건 엄마의 착각이었나봅니다.
일단 책이 상당히 두꺼운 편이에요.
무려 268p에 달하는 두께감 있는 책인데다가,
책 속에는 작은 삽화조차 하나도 없어서 일단은 무척 딱딱하게 느껴진 모양이더라고요.
엄마가 그렇게 오해를 했던 것은 주인공의 캐릭터와,
또 주인공이 갖고 있는 고민, 그 심리 상태 등이
일면 아들과 닮아있다고 느껴서였답니다.
주인공 로비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너무나 자연스럽게 교회를 다니곤 있지만,
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하고 어느 날부터 하나님을 믿지 않겠다고 선포합니다.
이런 내용으로 책을 쓴 작가 캐서린 패터슨은 그 자신이 선교사의 딸로 태어나
중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훗날 일본에서 4년간 선교사로서의 삶을 살았다고 하네요.
어쩜 그 사진이 겪었을지도 모를 믿음에 대한 고민들을
로비라는 주인공을 통해 풀어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훔치지 말지어다. 살인하지 말지어다.위증하지 말지어다.
성경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이런 것들이 모두 십계명에서 나온 말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겠죠.
돌아온 탕아도 마찬가지고요.
톰소여에 버금가는 말썽쟁이 로비를 보면서
제 아들 같다는 생각도 들고, 제가 아는 어느 목사님 아들같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제 아들도 모태신앙으로 교회는 착실히 나가고 있지만,
제가 20대에 문득 들었던 생각으로 벌써 몇 년째 깊은 고민에서 헤어나오지 못 한 상태거든요.
머리로는 창조론을 믿지만 로비 아빠처럼 다윈의 진화론 책을 이미 접했고,
자신이 배운 두 가지 서로 상반되는 주장 사이에서 도대체 어느 것이 옳은 지에 대해
상당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지요.
어느 날인가는 저더러 묻더라고요.
“그럼 엄만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했어요?”
죽고 나니 여직 믿었던 것이 다 거짓이었고, 하나님도 천국도 없으면 어쩌냐는 아이의 질문에
저 역시 어느 땐가 그런 의심이 들기도 했었다고 말해줬었거든요.
제 이야길 한참동안이나 해 주었지만, 아이는 제 말이 그닥 만족스러운 답변이 못 된 듯 했어요.
어떤 이의 유창한 말보다는 본인이 하나님을 체험하고 만나는 수 밖에 없겠다는 저의 결론.
로비 이야기는 물로 20세기가 시작되기 전 이야기라,
지금 상황과 일치하진 않지만
세상이 빠르게 변화되고 있고, 성경을 통해 배웠던 많은 것들이 과학적으로 접근했을 적에
아닌 것 같다는 의심이 들게 만드는 것들은 가면 갈수록 많아지고 있기에
로비의 의심은 지금 아들의 심화된 의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겠지요.
옮긴이의 말을 통해 작가의 의도에 대해 조금 알 수 있게 되었는데요,
19세기 말, 모순되는 믿음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던 로비의 감정을 들여다보면서
지금 내 안에 있는 고민의 열쇠도 바로 내 안에 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책이었던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아직은 준이에게 좀 벅찬 책이었는지,
“엄마, 좀 어려웠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라고 하더라고요.
한 두 해 더 묵혔다 다시 한 번 읽을 날이 있겠지요.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이, 믿음에 대한 의심이 생길 적마다
우리 부부가 청년 시기에 보았던 책들을 읽던 아이라
이 책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은 전혀 안 해 봤는데,
어렵더라는 아들 앞에서 오히려 제가 살짝 당황했네요. ㅎㅎ
하지만, 언젠가 로비의 고민 속으로 빠져들어
“나도 한 때 그런 고민을 했었더랬지.” 라며 회상할 아들의 그 날을 꿈꾸며 기다려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