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공주 리얼 체험기

글, 그림 박제성 | 감수 박용진
출판사 고릴라박스 | 출간일 2015년 6월 24일 | 정가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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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소「제 1회 만화왕 수상작」

중세 공주는 어떻게 살았을까《프린세스의 비밀》신작만화.

나도 한번쯤 꿈꾸는 공주의 삶을 살아 보고 싶은 소녀들을 위한 리얼 공주 이야기.

우연히 짝사랑하는 같은 반 친구를 따라 들어간 학교 도서관에서

펼쳐든 이야기책이 소원을 들어줘 진짜 중세 시대 공주가 된다면

예쁜 공주드레스에 멋진 왕자님을 만나 행복할까? 우리가 동화책에서나

보던 아름다운 공주의 삶은 실제와 어떻게 다른지

중세 시대로 함께 떠나요.

 

그전에 주인공 소개가 늦었네요. 이름 이유나.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좋아하는 이성친구가 생겨 가슴앓이중이에요. 

외모도 잘생기고 성격까지 다정다감해서 같은 반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아 고민이죠.

친구들이 우르르 교실을 빠져나가는 점심 시간 지금이 기회닷! 도서관으로 향하는

진영이 뒤를 따라가보는데요. 아직까지도 진영이랑 눈이 마주치면

가슴이 콩닥콩닥. 가까이 다가가 친해지고 싶은 마음 전하고 싶은데

용기가 나지 않는 첫사랑 상대. 용기내 다가갔다 한마디도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은 마음 속에 담아요.

‘나도 예쁘게 꾸미고 다니면 진영이가 좋아해줄까?’

 

보통 이럴 때는 꿈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백마탄 왕자님으로 나와 결혼하는 꿈을 꾸곤 하는데.. 도서관에 혼자

남겨진 유나는 꿈이 아니라 진짜 공주가 된 듯 하네요. 그럼, 백마탄 진영왕자님을

만나는 꿈을 이루나요? 아깐 분명히 학교 도서실이었는데.. 눈을 떠보니 여긴 중세 유럽.

모두가 공주님~ 공주님~ 반갑게 인사건네요. 단, 공주예절을 엄격하게 교육하는 

전담 가정교사만 빼고요. 얼마나 깐깐하고 엄격한 지 공주곁에서

폭풍잔소리를 늘어놓네요. 어쩜 공주라고 ~해라 ~하지 마라 잔소리 듣고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다 꾸벅꾸벅 졸고 야단맞고 여나저나 다를 게 없네요.

저..저 수업중에 책에 침 흘리며 조는 모습 좀 보세요.

공주체면이 말이 아니네요^^

 

당시 중세 유럽에서는 양피로 종이를 만들어

양 한마디당 나오는 종이 양이 많지 않았기때문에 책이

비쌀 수 밖에 없었고요. 그리고 인쇄 기술이 보급되기 전까지 사람 손으로 일일이

종이에 글씨를 써서 책을 만들었으니 공주를 지도하는 가정교사가

저리도 화낼만 하죠. 말은 “죄송해요. 이제 안 졸게요. 아니 침 안 흘릴게요.”

해놓고 속은 ‘이런 재미도 없는 책이 그렇게 비싸다니!” 하품하고 딴생각중.

그래도 공주가 되고 첫날부터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재미없는 

공부만 하고 있을 순 없죠. 지금쯤 얼마나 세상밖 구경을 하고 싶겠어요.

무슨 수든 빨리 공부를 끝낼 생각에 아이구 배야~ 꾀병 부리기 시작하는데..

의외로 공주를 생각하는 가정교사가 더 호들갑스럽네요.

  

그런데 의사선생님한테 가자고 공주를 끌고

가던 가정교사가 병원이 아니라 이발소에 왜 가는 거죠?

중세 유럽 사람들은 피를 뽑으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어서 면도칼처럼

날카로운 물건을 다룰 줄 아는 이발사가 의사역할을 했던 거죠.

그러니 공부하기 싫어 꾀병부리다 이렇게 큰코 다칠 줄이야..병원 가서 소화제

몇 알 먹을 줄 알았던 유나공주님은 부리나케 줄행랑치고 마네요.  

머리에 쓴 왕관도 우는 아이 머리에 씌워주고 성 내 상점 구경에 이어

성 밖 구경도 넘 하고 싶어요. 급기야 성 밖 출입을 막는

경비병을 피해서 성 주변 화장실로 연결된 호수로 몰래 빠져 나가려 하는데

어찌 표정이 변기물에 빠진 찝찝함이 리얼하네요.

  

중세는 지금과 달리 집안 화장실이 집밖으로

뚫려 있거나 아예 화장실이 없는 집도 많데요. 그래서 제 기억에도 

중세 사람들이 하이힐을 신었던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나저나 막상 중세 공주가 되어보니 동화 속 공주들이 왜 성안에만 있었는지

몸소 깨닫는 유나공주님. 아침에 식사 예절이다 공부다 신경쓰느라 

밥을 먹는둥 마는둥 배꼽 시계가 요란하게 울리네요.

마침 숲 속 통나무집에서 풍겨나는 맛있는 빵 굽는 냄새에 이끌려

집안으로 불쑥 들어가는데  솔직한 마음은 숲속 마녀를 만나면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이에요. 숲속 할머니를 보자마자

대뜸 마법부터 보여 달라는 못말리는 공주님이죠.

 

이정도 용기와 배짱이라면 첫사랑 고백도

어렵지 않을텐데.. 유나공주님에게도 사랑의 묘약이 필요할 거 같아요.

실제 중세에도 짝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던 사람들이 많았나봐요. 비둘기 심장,

늑대꼬리, 수선화 즙 등 사랑의 묘약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많이 남아 있데요. 

할머니표 특제 사랑의 묘약을 선물 받고 드디어 성으로 향하는 유나 앞에

사랑의 묘약 효과인지 백마 탄 왕자님이 등장. 여기요, 여기~

얘기만 잘 하면 백마를 태워 줄까 왕자에게 다가가는데 아니라다를까

공주는 무슨 숲속의 마녀로 오인하고 칼을 겨누고 마네요.

더 황당한 건, 공주 신분이 밝혀지자 결혼 승낙을 받으려는 이웃 왕자의 태도죠.

요즘 흔히 쓰는 말로 헐~ 대박~ 뭥미!

 

 알고나니 아버지가 왕이라 해도 둘째 아들부터는

자신의 지위가 보장되지 않기때문에 이웃 나라 공주와 결혼하여 그 나라의

왕이 되려는 왕자의 야망이자 숙명같은 거네요. 어찌보면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공주나 왕자로 산다는 건 그리 행복하지만 않은 거 같죠.  책에서 볼 때는

늘 예쁘고 행복하게만 보였다면 공주가 되어 공주가 느끼는 삶은 어려움이 많네요. 

진짜 공주로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그 중, 가엾은 할머니를 돕겠다는 스스로의 약속도 못 지키고

할머니에게 받은 선물도 잃어버리고 자신때문에 누군가가 대신 매맞고..

눈물로 지새우는 밤이 깊어만 가네요. 

 

참.. 어느 동화든 만화든 슬픈 공주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도 슬프게 해요. 마치 동화속 공주가 행복한 건

모두의 바램같은 게 아닐까 싶어요. 누구보다 공주의 행복을 바랄 거 같은

왕도 딸 걱정에 밤을 지새우긴 마찬가지. 하지만 공주의 행복보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우선이죠. 결국 공주의 결혼 상대자를 찾으려는 

마상시합을 개최하는데.. 경기는 가장 멋지고 용감한 왕자를 뽑는 대회처럼

보이지만 그 내막에는 왕의 정치적 음모가 숨어 있는 거였어요.

이대로 슬퍼하거나 잘못된 걸 뻔히 알면서 가만히 있는 건

공주 행세나 하는 가짜 공주나 다름없다는 거. 

  

진짜 공주처럼 살아 보고 싶은 소녀의

리얼 공주 체험기를 통해 중세 생활 문화를 접해요.

보통 학습만화에서 보던 지식, 정보 위주가 아니라 주인공이 겪는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지요. 현실과 동화라는 묘한 경계가

억지스럽지 않고 유쾌하게 펼쳐져 흔한 공주 얘기도 새롭게 느껴져 좋았어요. 

특히 주인공 유나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그 애.

순정만화 특유의 ‘말랑말랑한’ 소녀감성이 폭발하네요.

그리고 뒤늦게 알게 된 비밀하나. <프린세스의 비밀> 책제목처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중요한 열쇠가 돼죠.

비밀을 간직한다는 건.. 둘 만의 특별한 사이가 되는 의미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