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책 추천란에서 보고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우연히 레몬 기사단 미션을 통해 읽게 되었다. 역사를 좋아해서 소설로 읽고 싶었는데, 특히 이 책은 학교에서 최근 공부한 근대사 부분이어서 더 눈길이 갔다. ‘굿바이 조선’의 독특한 점은 1905년 조선의 이야기를 조선 사람이 아닌 외국인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탐사대의 유일한 조선인인 근석 역시 다른 책들에 주로 등장하는 양반이 아닌 일반 백성이다. 새로운 시점에서의 조선 상황을 보니 수업 시간의 내용과 비교하며 색다른 사실들을 볼 수 있었다.
탐사대가 조선에 도착하기 전, 정보를 수집하던 러시아 소령 알렉세이는 조선을 ‘하얀 백조의 나라’라고 표현한다. 열강들 사이에서 쇄국정책을 고수하며 고고한 척 수면 위에 떠 있는 조선이지만, 실상은 물 밑에서 빠지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는 백조의 갈퀴처럼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당시의 조선의 모습도 그렇다. 밀려오는 열강의 압박에 결국 쇄국정책을 포기하고 불평등 조약을 체결하여 갖가지 이권을 빼앗긴 모습이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이다. 양반들은 청나라나 러시아 등을 끌어들여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본인들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어느 나라에게 잘 보이는 것이 이득일지만 궁리한다. 그 과정에서 백성들의 생활만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탐사대가 들른 한 고을의 이방이 알렉세이에게 ‘언제 즈음 러시아 군대가 왜적을 몰아내 줄 것이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아무리 조선이 약소국이라지만 조선을 침입한 적군과 싸워 이길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게 도움 요청부터 하는 모습이 한심했다. 이 말을 들은 근석이 ‘제 땅에 들어온 도둑을 왜 남에게 쫓아 달라고 하느냐’고 하는데, 책을 읽는 내 마음과 똑같았다. 도와달라고는 할 수 있다. 조선 군대가 신식 무기로 무장한 일본군을 이기기는 어렵다. 하지만 몰아내 달라는 것은 조선 대신 러시아와 일본이 싸운다는 것인데, 자국의 땅을 외국인에게 맡기겠다는 생각이 우스웠다. 러시아인은 조선이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이 조선 군대만큼 열심히 싸울까? 아무리 상황과 조건이 불리해도 싸움은 필사적인 쪽에게 유리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다른 방법들을 고려하지 않는 양반들의 모습을 보자 그 대가를 고스란히 받는 백성들이 불쌍했다.
그러나 모든 조선 사람이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알렉세이의 다른 임무는 의병 본거지를 파악하는 일이었다. 일행과 떨어져 개인 임무를 수행하던 알렉세이는 의병대에 발각되고, 뒤이어 그를 찾으러 온 나머지 일행도 함께 붙잡힌다. 이 떄 그들을 취조하던 의병들은 순진한 백조가 아니었다. 다행히도 별다른 충돌 없이 취조가 끝나고 도리어 하룻밤을 묵게 되었지만, 다음날 찾아온 한 부대로 인해 새로운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일본군이 습격하고, 의병대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던 탐사대는 그들의 의지에 고무되어 전투에 참여한다. 작중 300여 명의 일본군에 대항하던 의병군의 숫자는 두 부대를 모두 합해도 채 100명이 되지 않았다. 무기의 상태나 군사들의 훈련 정도와 숙련도 등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부족했다. 질 수밖에 없는, 승리를 기대할 수 없는 전투였지만 그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열심히 싸웠다. 그 장면을 읽으며 앞서 읽었던 양반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조선을 둘러싼 주변 국가들의 정세가 어떻게 변하는지도 모른 채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에만 급급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결하고 부딪히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도움부터 요청하는 그들의 태도가 의병들의 용맹한 전투와 대조적이었다. 조금 더 힘 있는 사람들이 그들과 같이 싸워 주었더라면 이렇게까지 가망 없는 싸움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미래를 걱정하며 몸 바쳐 싸웠던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고, 그분들께 감사했다. 이런 분들마저 없었더라면 당시의 우리나라는 훨씬 더 참담한 상황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조선의 상황이 어두웠던 것은 사실이나, 그 속에서도 힘겹게 노력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여태껏 알고 있던 모습이 아닌 새로운 조선이 신기했고, 그 모습이 밝아서 기뻤다. 역사 소설은 새로운 사실을 알기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책이 출판되어 몰랐던 사실을 알려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