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저학년 만화 추천] 마인드스쿨 12권 – 혼자서는 힘들어
기본적으로 나는 학습만화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특별히 아이에게 권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가끔가다 보상으로 한 권씩 사 주는 정도.
내가 국내에서 나온 학습만화류를 꺼려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첫 번째는 역사적인 사실이나 기계와 건축 같은 분야에서의 구조와 디테일, 복식과 건축양식 같은 부분은 어려서 정확하지 않은 것들을 그림으로 접하게 되면 나중에 바로잡기가 정말 힘들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유독 우리나라에서 시리즈로 기획되어 나온 컬러 만화류의 경우 사용하는 색채들이 너무 원색에 가까운 자극적인 것들이어서 이 또한 어렸을 때부터 익숙해져버리면 나중에 적절한 색채를 쓰는 데도 문제가 생기고 자극적인 그림에 길들여지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텍스트 위주의 책들로 넘어가는 시기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는 요정도가 마음에 안들었었는데 최근에 추가된 만화책을 꺼려하는 세 번째 이유는 아이가 좀 크면서 빌려다 읽는 책들을 보니 내용과 용어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유명하고 널리 인기가 있는 와이 시리즈 같은 경우는 좀 덜한데, 내용과 전개 면에서 비교육적이거나, 편파적인 성역할을 드러낸다거나 비속어가 쓰인다거나 하는 부분들이 간혹 눈에 띄어서 아이에게도 그때그때 주의를 주어 가면서 읽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만화책을 읽히고는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구석이 있는, 나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부모들에게 상대적으로 걱정과 고민 없이 읽도록 할 수 있는 초등 저학년 대상 생활만화가 있어 소개한다.
표지
대표적 아이들 책 출판사인 비룡소에서 나온 마인드스쿨 시리즈 중 요번에 읽게 된 것은 시리즈의 12권인데 표지는 요렇게 아이들 책마냥 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다른 만화류들의 요란한 표지에 비해서 장식이 적어 좀 수수하게 보일 정도다.
표지에 보니 ‘소아정신과 전문의 천근아 교수 기획’이라고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요부분을 좀더 눈에 확 띄게 편집해도 좋을 것 같다. ㅎㅎ
책날개의 작가 소개부분이다.
소아정신과 선생님이 기획을 하셨고 매 권마다 스토리와 작화 담당은 바뀌는 시스템이다. 아무래도 스토리 작가 그룹이 기획을 하고 전문가가 감수만 한 것보다는 조금 더 신뢰가 가는 듯하다.
아이가 엄마아빠가 만화책은 잘 사주지 않는다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일단 만화책이 손에 들어오게 되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는다. 이 책도 받자마자 붙잡고 몇 번을 읽었는지 벌써 표지가 구깃구깃해졌다 ㅡ.ㅡ
본문
어쨌든 매의 눈을 뜨고 위에서 언급했던 만화를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 아빠의 관점에서 깐깐하게 살펴보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색채와 구도가 자극적이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든다.
아래 본문사진을 보면 아이들의 의복과 머리 색깔이 채도가 낮고 서로 조화로운 색깔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대체로 구도가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 점도 마음에 든다. 자극적인 것은 5학년쯤 되면 보여줄 게 많단다. ㅎㅎ
고증이랄까 디테일 부분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래와 같은 컷은 전형적인 우리나라 집안의 모습이어서 정감이 간다. 이런 부분들이 일본 만화를 볼 때는 약간 거슬리거나 아이에게 맘놓고 보여주기 꺼려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장체험학습 가는 남자애 바지를 다려서 입히시다니.. 이부분은 극히 비현실적이다!
다음은 초등 저학년 수준의 용어 필터링을 해 보자…
이 책에 나오는 가장 나쁜(ㅎㅎ) 말은 멍청이나 뚱땡이 정도가 아닌가 싶다. 물론 외모를 비하하는 말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시중에 나온 만화들 중에서는 가장 양호한 축에 든다고 볼 수 있다. 오케이.
(그런데 뚱뚱한 아이가 머리가 커서 모자가 맞지 않는 설정은… 마치 나를 보는 것 같다. 아마도 작가분 주위에 모델이 있지 않나 싶다.)
내용면에서는 버스를 타고 체험학습을 가서 조를 짜서 모둠 활동을 한다든가 하는 학교에서의 일상적인 활동이 반영되어 있고, 그 과정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친구들간의 갈등과 해소에 관한 내용이 잘 표현되어 있다.
똑똑하지만 좀 잘난 척하는 친구, 여자아이에 대한 남자아이들의 관심, 경쟁 과정에서 조금은 야속하게 행동하는 아이들의 모습 등등.
하지만 어른들처럼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르고 사과와 보상을 통해 갈등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고 그저 친구들이기에 미안해~ 하고 툭툭 털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정겹기도 하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친구들이 모둠이 되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고 결과적으로는 좋은 평가도 받는다는 주제가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에피소드들로 잘 꾸며져 있는 것 같다.
(여자아이의 중재로 셋이 손을 맞잡으면 갈등은 해소된다. 하하)
그리고 안전과 관련해서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다른 만화들처럼 아이들이 직접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덤비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정석적인 방법이 나와 있어서 좋다.
(우리는 어린이잖아. 무리해서 너희를 돕다가 우리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구성과 디테일 면에서 약간의 아쉬운 점은 있다. 버스 탑승장면에서 안전벨트를 매고 있지 않거나 아예 그림에서 표현이 안 되어 있다든지 하는 부분은 좀 아쉽다. 주된 대상 연령이 초등 저학년인 것을 감안하면 버스 탑승장면 등에서 안전벨트를 매는 컷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선생님이 안전벨트 매라고 말씀은 해 주신다 ^^)
책 말미에는 소아정신과 전문의 선생님이 본 책에서 다룬 주제에 대해 부연설명을 해 주는 부분이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랑 아기랑이라는 유아 잡지를 구독해서 읽었는데, ‘아기랑’의 활동을 다 마치고 나면 ‘엄마랑’ 부분을 읽었었다. 어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는 ‘엄마랑’ 책을 읽고 나면 왠지 엄마의 속셈? 을 파악하게 된 것 같아 스스로 으쓱해지고, 이제는 엄마의 자녀교육 기술?에 당하지 말아야겠다고 혼자서 다짐 비슷한 것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이런 전문가의 해설 부분도 아이들이 부담 없이 읽으면서 취지를 이해하게 하는데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으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훌륭하신 선생님의 약력도 적혀 있다.
우리 애는 이 책을 쓰신 분이 세계 100대 의학자에도 선정된 저명한 선생님이라고 하니까 연세가 많거나 이미 돌아가신 분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던데 이런 부분도 작지만 그런 선입견을 깬다든지 진로 지도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ㅎㅎ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할 만한 기회가 적은 요즘 아이들
혼자서 빨리 가기보다 함께 손잡고 가는 여러분이 되길 바랍니다 라고 하시며 마무리. 이정도면 심한 교훈 강요는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결론
자극적인 색채와 박진감넘치는 구성의 만화책들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어찌 보면 약간은 심심해 보일 수도 있는 마인드스쿨과 같은 책은 재미없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학교생활에서 익숙한 상황들과 어느 반에나 있을 법한 캐릭터들을 내세워 주제를 전달하다 보니 아이들에게는 친숙하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아이에게 만화책을 읽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켜 준 마인드스쿨.
요정도면 큰 고민없이 아이들에게 보여줄 만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