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땐 성교육이라는 것이 없었다. 선생님을 통해서도, 부모님을 통해서도. 그래도 돌이켜 보면 한창 유행하던 책 한 권을 통해 우리끼리 성교육을 했었던 것 같다. 친구에서 친구로 돌려가며 읽었던 그 책은 주인공 청소년의 일상 생활을 통해 무척 발칙하게 궁금해 할 만한 것들을 설명하고 있었다. 큰아이를 키울 때에는 한창 유행하던 학습만화 중 “성과 사춘기”라는 책이 아주 인기였다. 아이들은 귀신같이 그 책을 찾아내 밤낮으로 끼고 산다고들 엄마들이 걱정하던 기억이 난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부모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제대로 얘기해 주기를 꺼린다. 그런 건 나중에 알게 되겠지…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성을 금기시하고 부끄러운 것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음성적으로, 위험하게 받아들여지는지도 모른다.
<가르쳐 주세요!>는 독일 초등학교에서 성교육을 하는 저자가 아이들에게 받은 솔직한 비밀 쪽지들에 답변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등학생이라니! 그런 것 치고 질문 내용을 보면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 것 같고 좀 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알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만큼 자세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는 부모가 아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설픈 호기심은 더 큰 궁금증을 일으키고 잘못된 경로로 알게 된 성지식은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오히려 제대로 된 성교육이야말로 성이 어둡고 나쁜 것이 아니라 아름답고 진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르쳐 주세요!>는 아주 훌륭한 책이다. 속표지 속 황새 – “아이는 결혼한 부부에게 황새가 데려다 주는 거란다.”라는 부모의 거짓말 속 황새-는 거짓말 할 입을 막고 진실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책은 저자가 받은 99개의 비밀 쪽지 속 궁금증을 질문과 답변 형태로 한 페이지씩 나누어 장식하고 있다. 조금은 철학적인 질문에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질문,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질문까지. 아이들이 궁금한 게 이렇게까지나 다양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궁금증을 위한 설정인지 질문 페이지와 답변 페이지가 구분되어 있다. 앞 페이지에서 질문을 보고 잠깐 상상해 볼 수 있고 답변을 미리 구상해볼 수도 있다. 이 책을 돕는 일러스트조차 무척이나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며 위트가 있어서 이 질문 페이지는 꽤나 흥미롭고 재미있다. 두 번째 질문 페이지를 보고는 “헉!” 하고 숨을 들이켜긴 했지만.
이제 중학생이 된 딸 책상 위에 이 책을 고이 올려놓을 작정이다. 지식책일까봐 손도 안댈까봐 점 걱정이지만 아마 겉표지의 소제목을 보고는 한 번 들춰보지 않을까 싶다. 나는 다른 부모보다는 솔직한 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을 이야기해 주기에는 조금 쑥쓰러운 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 질문들은 이 책이 해결해 줄 것 같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라”는 메세지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