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선, 넌 행운아야~

시리즈 블루픽션 47 | 이제미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0년 11월 5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블루픽션상 외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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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정수선.

책을 읽으면서 난 화가 났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엄청난 질투를 느꼈던 것 같다.

청소년 소설이랄 수 있는 블루픽션 당선작 <번데기 프로젝트>는 질풍노도의 시기로 대변될 수 있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아야 했다.

하지만 내가 읽은 이 책에서는 내가 말하는 청소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심사위원 중 하나는 “정수선 같은 젊은이가 하나만 있다면 우리 미래에 흔쾌히 한 표를 던질 것이다.” 하고 했다.

맞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정수선은 깨인 아이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줄 알고 그 것을 밀고 갈 줄 알았던 같은 또래 입장에서보면 너무나도 앞선 아이인 것이다.

나비가 되기 위해 먼저 번데기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안 것처럼 말이다.

18의 나이에 늦게 사춘기를 겪는다고 했던가,

내가 보기엔 그 아이에게선 사춘기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일당 2만원을 받고 자기 집 식당에서 노동력을 착취 당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그럴 수 밖에 없을 감정을 드러낼 뿐이었다.

뭐, 요즘 젊은 애들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70년대 초에 태어난 나는,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죽어라 시험을 위해 공부만을 강요받아야 했던 나는

성적은 좋게 유지하고 싶었지만

마음만은 반항기로 똘똘 뭉쳤던 나는

그리고 그 것들에 열중하는 사이, 내 미래에 대한 고찰을 해볼 수 없었던 나는

아빠를 경찰서에 넣고 싶을만큼 아빠를 미워했던 그 아이의 푸념은 웬지 사치스럽고 억지스러웠다

 

더욱이 내가 화가 났던 것은

그런 아이에게 멘토가 등장한 것이다.

허무식 코치, 그는 정수선의 멘토였다..

내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나의 고민을 들어주고 대롱관천이 어떤 뜻인지 역설하기보다

그 뜻을 조금이나마 마음으로 느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런 멘토를 만날 수 있는 아이는 정말 행운아랄 수밖에 없다.

 

그 아이는 성공한 아이다.

좋아하는 소설을 쓰고, 더우기 그 애의 글이 방송으로 까지 만들어지면서 천재(?) 소녀로 까지 이름을 날리니 말이다.

 

이런 비동질감에도 난 소설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비키로타키 공모전이라든가, 치타의 등장..

뭐 더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하는 아쉬움이 클 정도로 흡입력있게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헤밍웨이를 통해 안 것이지만 작가들은 구절 하나하나에도 필요하지 않은 게 없다고 하는데

가볍게 읽히는 요즘 책들 답지 않게 이 책을 읽을 때는 구절구절에 또 다른 의미를 띠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살인의 추억>이란 영화만 줄창 방송되는 건지,,

뭐 이런 것에도 의문을 품고 묻고 싶었다.

진정한 왕따가 되는 것은 진정한 작가가 되는 법과 어찌도 이리 비슷한지...

이 구절을 읽고 난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래, 넌 아웃사이더다..

청소년의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오늘도 여전히 공부에 찌들린 청소년들이여.

그대들에게 진정한 멘토를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