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백 년 동안 수없이 많은 학자들과 지식인, 일반인들이 맹자가 주장한 성선설 혹은 순자가 주장한 성악설에 대해 토의하였다. 최근에는 인간의 본판은 백지와 같아 환경의 중요성이 지대하다는 ‘tabula rasa’를 주장하는 의견도 나와 진정한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고 탐구해보는 활동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갈까마귀의 여름>은 작가 데이비드 알몬드가 14살짜리 남자아이의 눈을 빌려 그가 생각하는 인간의 본성, 또한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반영하며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이다.
영국의 한 조용한 마을, 소년 2명은 여느 때와 같이 장난을 치다 한 이상한 갈까마귀를 따라 숲 속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그들은 깊은 숲 안에서 동전 여러 개, 의미심장한 글귀와 함께 여자아이 한 명을 발견하게 된다. 그 후 그 아기의 발견과 함께 주인공 리암의 삶은 변해가고 그는 격정적인 여름을 맞이하게 된다.
언뜻 보기에 리암과 그의 가족이 사는 곳은 완벽히 안전한 영국의 한 시골마을과 같이 보인다. 그렇지만 항상 하늘을 도는 군용기, 종종 어디선가 들리는 폭격 소리, 그리고 가끔 마을을 순회하는 군인들은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나마 항상 전쟁의 존재를 알리는, 그리고 내부의 겁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이다. 또 리암은 성공한 베스트셀러 아버지와 자상한 예술가 어머니와 함께 살며 다정한 가정의 보호 속에 살지만, 당장 주변에는 그와는 대조적으로 암울한 상황이 전개된다. 이는 많은 현대인의 일상과도 같은 것 같다. 나의 삶은, 나의 가족의 삶은 평온한 것 같지만,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전쟁과 분쟁 그리고 빈곤과도 같은 문제들이 들린다. 당장은 이러한 문제들이 나의 삶과 관련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찾아보면 당장 이웃에서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개인 역시 영향을 받는다.
평범한 14짜리 영국 소년 리암의 주변에는 우리가 실제로 주변에서 부딪히게 되는 사람들의 표본이 대다수 있다. 리암의 아버지는 자신의 일에 몰두한 채 다른 것은 신경쓰지 않는 사람. 리암의 어머니는 세상의 추악함을 예술과 같은 다른 활동을 통해 잊으려 하는 사람. 리암의 친구 맥스는 현실적이게 되어 자신만을 위하게 된 사람. 리암의 과거 친구 고든은 악에 깊은 매력을 느껴 악을 추구하는 사람. 탈출한 소년병 올리버와 같이 악에 순응했으나 반항하는 사람. 고아 크리스탈과 같이 집시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이러한 인간상들 속에서 리암은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직 어수룩하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선을 지향 하면서도 악의 소리에는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마다 자신은 이 중 어떤 인물과 가장 닮았는지 비교해가며 읽는다면 색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고민을 해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어렴풋하게나마 감을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떠한 생각을 가지든 미래의 사회가 지금보다는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책 속에 나온 찬송가를 떠올리며 우리 사회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을 어떨까.
주께서 우리에게 빛을 주시네.
한밤에 타오르는 작은 촛불처럼
순수하고 또렷한 빛을.
어둡고 캄캄한 이 세상에서
우리는 반드시 빛나야 하네.
그대는 그대의 자리에서
나는 내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