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과 고통을 모두 제거하면 행복만이 남을까?

시리즈 블루픽션 20 | 로이스 로리 | 옮김 장은수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7년 5월 18일 | 정가 14,000원
수상/추천 뉴베리상 외 6건

육체적 아픔 때문에 고통스러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프지 않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외로움 때문에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있었을 것이다. 이 또한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루어지지 않을 욕구때문에 성가셨던 일도 있을 것이다. 인간이기에 느낄 수 밖에 없는 이 부정적인 감정과 경험들을 모두 제거해버린다면 행복할까?

  잘 정돈된 공동체를 꾸리고 있는 사회가 있다. 모든 사람들은 연령에 맞는 옷과 장난감, 선물을 배급받고, 감정이 통제되고, 성욕이 억제되는 약을 먹으며, 모두가 적성에 꼭 맞는 직업을 부여받는다. 매일이 감사하고, 매해 행복하다. 매해 50명의 아이가 산모직 여성에 의해 출산되며, 노약자들은 ’임무해제’를 영예롭게 받아들인다.

  조너스도 이 사회의 행복한 일원으로서 12살 기념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12살 기념식에서 어느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던 ‘기억보유자’라는 특별하고 영예로운 임무를 부여받는다. ‘기억전달자’에게서 세계의 기억을 전달받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제거된 폭력과 상처와 고통 등의 기억을 알고 있어야 할 단 한 사람이다. 그 기억마저 없어지면 지혜가 사라져, 과거의 오류를 범하여 다시 불행한 과거를 되풀이 할 수 있으므로 고안된 장치이다.

  조너스는 행복의 기억부터 전달받으며 행복해하지만, 곧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그래서 다른 구성원들에게는 지워진 기아, 전쟁, 외로움 등등의 기억들을 전달받게 되고, 철저하게 잘 정돈된 이 사회를 위해서 감정이 제거된 채 저지르고 있는 ‘임무해제’가 결국 살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절제된 사회를 위해 희생된 것이 괴로운 기억들만이 아니며, 그와 함께 사라져야 했던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이나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이라는 따뜻한 공동체였다는 것을 알기에 이르고,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꿈꾸게 된다.

  우리가 당연한 것처럼 누리고 있는 자유, 사색의 즐거움, 꿈을 향한 노력,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억제하기 위한 선택, 이 모든 것이 얼마나 값지고 아름다운 과정인가 깨닫게 된다. 아울러 우리가 지워버리고 싶은 부끄러움, 고통, 외로움 등등 마저도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이보다 더 명확하게 느낄 수 없겠다. 사랑과 행복 같은 선호하는 긍정적 가치가 빛나는 것은 그것을 위한 희생과 고통, 인내가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이 모든 고통의 가치들도 함께 이해하고 느껴야하는 것이다.

  책을 읽기 전 영화를 먼저 봤었다. 흑백으로 시작되던 영화 때문에 잠시 의아했더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어서 사과의 색깔이 답답하던 회색조의 화면에서 강렬하고 붉게 피어나고, 이어 화면이 컬러로 변하면서 아름답게 변하던 세상이 놀라웠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색색의 세상의 아름다움을 아주 짧은 순간 명료하게 느꼈던 것이다. 이 장면만큼은 영화가 훨씬 더 이해하기 쉽겠다. 그러나, 잃어버린 세계와 잃어버린 감정에 대한 조너스의 깨달음과 내면의 갈등 등은 책으로 읽으면서 주인공 조너스와 함께 생각하며 읽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우리의 삶의 일부인 모든 기억들이 소중하고 아름다움을 알게 하는 아름답고 충격적인 책이며 철학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