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서 아이에게 좀 더 새롭고 다양한 책들을 읽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워낙 창작그림책을 좋아하지만, 여태까지의 느낌과는 다른 좀 더 깊은 주제를 다루는 것들도 같이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비룡소의 ‘흰 고양이와 수도사’는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사실 수도사라는 말만으로도 뭔가 경건해지는 느낌이 있잖아요.
이 책은 그렇게 어려운 종교적인 이야기를 다루진 않아요.
하지만 삶에 대해서는 충분히 여운을 남겨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처음 몇 페이지에는 고양이의 발걸음을 쫓는 일러스트만이 담겨있어요.
수도원을 누비면서 유유히 걸어가는 모습이 꽤나 느긋해보입니다.
아주 익숙한듯 어딘가로 향하는 발걸음이 마치 여기서 키우는 고양이처럼 보였어요.
배경이 어두운 밤 같아서 왠지 모르게 긴장하고 봤어요 ㅎㅎ
책은 수도사의 관점으로 쓰여졌는데요.
나이든 수도사의 말투가 지혜로운 느낌이 나더라고요.
고양이와 방을 같이 쓴다네- 하는 담백한 말투와 대조되는 고양이의 한껏 냥냥거리는 표정이..
전 너무 재밌었어요.
이건 어른들이 더 잘 이해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ㅎㅎ
아무래도 너그러운 수도사를 만나 말썽쟁이 고양이는 따뜻하게 드나들 수 있는 안식처를 얻은 것 같네요.
그런데 이 녀석도 수도사에게 도움이 될 법한 일을 해내는 모양입니다.
방의 쥐를 쫓아주는 일이죠.
고양이의 이름은 핑구르인데요.
자기가 원하는 일을 각자 한다고 하는데 이게 참 철학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어요.
핑구르는 쥐를 쫓고, 수도사의 눈은 옮겨 적은 책들을 살펴보는데 쓰입니다.
숨은 의미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말이죠.
드러난 현상만을 보지 않고 무엇이 내포되어 있는가 곱씹으며 공부하는 수도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핑구르와 함께 하면서 수도사는 각자를 즐겁게 하는 것들이 곁에 있어 각자 만족하고, 그래서 결국은 행복하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맑고 묵직한 울림이 느껴지는 부분이었어요.
몇번을 곱씹어도 너무 좋았습니다.
우리를 즐겁게 하는 모든 게 곁에 있다네.
그래서 우리는 각자 만족한다네.
우리의 이야기는 늘 행복하다네.
이 깊은 여운을 아이가 느껴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고양이가 귀엽다고 팔락거리면서 책을 펼쳐보는 아이에요.
사실 제가 여러번 끄적이며 적기도 했지만, 결국 동화책도 어른들에게 더 깊은 감동을 줄 수 밖에 없어요.
삶의 경험치가 내용을 이해하는 깊이가 되거든요.
그래서 흰 고양이와 수도사 책은 오랫동안 책꽂이에 꽂아두었다가 나중에 아이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더듬더듬 책을 읽어나가는 모습이 마냥 귀여운 아이입니다.
너도 언젠가 너의 인생의 시간이 쌓여 이 책이 주는 여운을 느껴보는 날이 오겠지?
그때까지 책과 함께 예쁘게 커주길.
‘행복한 배움의 여정과 삶의 의미’에 대해서 쓰인 내용을 동화책으로 만든거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저에게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 책이었습니다.
일러스트도 마음에 들었지만, 내용이 너무나 깊이있게 다가온 철학그림책이었어요.
아이에게 철학 이야기를 읽어주고 싶었던 분들에게 좋은 책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