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책] 엔디미온 스프링

연령 11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3월 5일 | 정가 16,000원

  택배가 도착했다고 경비실에서 연락이 왔다. 엄마가 시킨 건강보조 식품인 줄 알고 엄마가 경비실로 내려가서 받아온 것은 건강보조 식품이 아닌 책이었다. ‘비밀의 책 엔디미온 스프링’ 만져보니 두께가 꽤 있었다. 종이로 된 겉표지는 용이 그려져 있었고, 영어필기체가 곳곳에 적혀있었다. 하지만 나는 종이로 된 겉표지 말고 책과 붙어있는 겉표지가 더 마음에 들었다. 그 겉표지는 금빛 색으로 뒤덮여있었다. 또한, 제목도 금빛 색이었는데 더 연하고 반짝거렸다. 금색의 표지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책을 고르더라도 단색의 책이 끌리는 이유도 그 이유인 것 같다. 책 제목과 겉표지가 무척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그 금색의 비밀의 책 엔디미온 스프링의 주인공은 ‘블레이크’와 ‘엔디미온’ 이었다. 블레이크는 지금의 시기에 있는 주인공이고, 엔디미온은 1453년대의 주인공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블레이크의 이야기로 갔다가 엔디미온의 이야기로 왔다가 갔다가 하는데, 처음엔 정신이 없었으나, 이내 그렇게 읽는 것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이야길 느껴지지만 읽다보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엔디미온 스프링은 한 인물의 이름이면서 책이다. 이 책은 궁극의 책으로 그 만큼 가진 자에게는 여기저기서 그 책을 노리는 자들에게서 위협을 받게 된다. 그 궁극의 책은 선택받은 자만 보이고 선택 받지 못한 자에게는 오직 백지 책으로 보인다. 이런 책이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오직 나에게만, 선택받은 자만 보이는. 왠지 자신이 대단하게 느껴질 것 같다. 엔디미온 스프링의 그 특징을 보고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나온 톰리들의 일기장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위험한 책을 얻고자 하는 자, 요한 푸스트와 다이애나 벤틀리. 요한 푸스트에 의해 엔디미온은 쫓기고, 다이애나 벤틀리에 의해 블레이크는 쫓긴다. 요한 푸스트와 다이애나 벤틀리는 바로 어둠의 존재인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요한 푸스트는 원래 나쁜 사람으로 묘사되어서 어둠의 존재인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다이애나 벤틀리는 블레이크에게 친절하게 대했기 때문에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이애나가 어둠의 존재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 내심 졸리언 교수일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리고 주인공들을 도와준 사람들. 페터와 살마나차르. 페터는 엔디미온의 궁극의 책을 숨기는 데에 도움을 주고 살마나차르는 블레이크에게 도움을 준다. 종이를 통한 간접적인 도움이지만 말이다. 나는 생각했다.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 권력을 노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지만 그 권력 때문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까지 의심 하곤 한다. 블레이크가 모든 사람들을 못 믿고 엔디미온이 테오도릭을 의심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권력은 무서운 것이다.

이 책에서 제일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맨 마지막이었다. 어둠과의 만남. 바로 다이애나와 블레이크의 격투. 너무나 흥미진진했다. 책을 얻기 위한 욕망, 세상을 얻기 위한 욕망을 가진 다이애나와 그것을 막기 위한 순수한 소년 블레이크. 그곳에서는 앞에서 묘사해 오던 친절하던 다이애나는 어디로 가고 욕망에만 가득 찬 다이애나가 있었다. 다이애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뱀처럼 느껴졌다. 보들리 도서관에서의 싸움이 제일 흥미진진했고

제일 섬뜩했던 부분은 블레이크가 잃어버린 궁극의 책을 다시 찾고 살마나차르가 준 종이로 끼워 맞추고 나타난 글.

내가 보고 있다

 

잠자기 전 읽다가 얼마나 무섭고 섬뜩했는지!! 너무 무서워서 그냥 자면 악몽을 꿀까봐 몇 페이지를 더 읽고 잠들었다. 다행히도 악몽은 꾸지 않았다. 블레이크는 그것을 어둠의 존재가 보내온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옮긴이의 말에서 작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작가는 이 책을 쓰기위해 직장까지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 부분이 제일 마음에 와 닿았다. 책이란 결코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펼치면 손에 떼기가 어려울 정도로 책에 매료되어버린다. 한번 손에 잡히면 수십 페이지는 넘기고 마는 그런 책이다. 영화화하기로 되어있다는데 영화가 나오면 꼭 한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