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새엄마는 나의 모습?

연령 5~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5년 7월 15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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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 글;앤서니 브라운 그림 “헨젤과 그레텔” – 비룡소

 

 

  앤서니 브라운이 읽어주는 헨젤과 그레텔입니다. 다른 작품을 볼 때는 생각 못했었는데 이 작가의 그림을 보니 엄마의 모습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반성도 많이 했고요.
  다른 책들은 줄거리요약에 그쳤다면 앤서니 브라운은 그림형제의 원문을 그대로 살려 이야기를 그렸어요. 그래서 이야기가 더 살아있겠지만 사실 보지 못한 것도 보이게 하는 것 그리고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작가의 역량이겠죠.


1. 앤서니 브라운  
  
  앤서니 브라운은 무거운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잘 풀어 이야기해주는 작가로 유명하다. 어릴 적 킹콩영화를 보고 너무 감동하여 고릴라를 소재로 자주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의 그림은 숨은 그림 찾기 같이 보면 볼 수록 재미있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전집 같은 대다수의 책이 이야기의 줄거리만 옮겨놓은 것과는 달리 그림형제의 원문을 그대로 사용했다. 또한 앤서니 브라운은 헨젤과 그레텔의 심리를 그림으로 잘 표현했다. 당연 으뜸이다.

 

2. 엄마의 모습
  
   이야기에서 새엄마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엄마가 없다는 사실은 아이들을 불안하게 한다. 그 느낌 그대로 숲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공간이 아니고(당연하겠지? 아이들이 버림받는 곳이니…) 어둡고 공포스럽게 표현되었다. 숲에 보일듯 말듯 숨겨진 그림 또한 괴기스럽다. 그런 느낌은 그냥 서있는 나무들도 공포스럽게 보인다.

  책의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현대적 배경으로 그대로 표현했는데 이 장치는 새엄마의 사치스러운 모습을 표현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 주의 깊게 살펴본 것은 엄마의 모습이다. 근심에 쌓인 가족들과는 달리 화사한 모습의 새엄마가 보인다. 시선또한 가족들과는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TV에 나온 비행기를 보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는 건 아닌지. 영국인에게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비행기는 왠지 부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부러진 식탁 다리를 책으로 높이를 맞추고, 여기저기 얼룩진 카펫과 다 떨어진 벽지와 비가 세어 얼룩진 것 같은 천장. 어쩐지 새엄마는 헨젤의 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든다. 더구나 인형은 엎어져 있다. 이것은 아이들이 버려질 것 같은 불안감을 더 느끼게 한다. 새엄마의 화장대에는 온갖 사치품이 널려 있고 아이들을 버리러 숲으로 가는 길에도 화려한 모피코트를 입고 간다. 가족과 너무도 다른 새엄마의 모습은 이미 그 가정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엄마의 모습으로 대변되는 사물들의 모습을 살펴보자. 창문너머로 보이는 새엄마의 모습과 마녀의 모습이 참 닮았다. 입술 옆의 점이 아니라도 둘의 무표정하고 날카로운 모습은 닮았다. 헨젤이 마녀에게 뼈다귀를 내미는 장면에서 보면 할머니의 손톱이 예사롭지 않다. 그 나이에 짙은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톱 역시 새엄마의 허영과 사치가 생각나게 한다.  또한 새엄마는 짧은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숲에서 길을 찾아 돌아왔을 때 그들을 맞은 새엄마의 모습은 마치 긴 머리처럼 보인다. 숲의 어둠을 닮은 긴 머리. 숲에 버린 새엄마와 숲에 대한 아이들의 공포가 반영된 것일까?

  숲과 새엄마, 할머니 세가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숲은 우리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되기도 하지만 어둠속에 길을 잃었을 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엄마의 모습은 아이에게 있어 늘 다정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때론 다정하고 무섭게도 돌변하는 엄마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점이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일관되려고 노력하지만 가끔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나의 모습 역시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과자집을 발견하여 정신없이 먹고 있는 아이들에게 할머니가 말한다.

“이런 이런 귀여운 아이들아, 어쩌다 여기까지 왔니? 어서 오렴, 여기서 같이 살자꾸나. 아무 걱정 말고.” 할머니는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모든 상황은 바뀌었다. 다정하던 할머니의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 날 사랑한다던 엄마의 화 내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이 상황만큼이나 이해할 수 없는 건가보다. 

  결국  헨젤과 그레텔은 마녀를 무찌르고 보석을 가지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처음 보았던 집과는 다르게 화창하고 깨끗하게 정돈되어져 있다. 문을 열어 맞이한 아빠의 등 뒤로 가족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따뜻하게 들어오는 햇살과 신발장 위에 놓여진 화분에 돋아나는 새싹은 어두운 집을 밝혀주고 있다. 이곳에 새로운 희망이 생기리라는 것이 짐작된다. 

  새엄마의 허영심을 보여주는 장면

 -문으로 보이는 새엄마(숲의 어둠을 닮은 엄마의 머리)와 마녀할멈의 모습

3. 헨젤과 그레텔의 숨은 의미들을 찾아서

   그런데 몇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 고민하기 시작했다. 

  첫째, 마녀의 집으로 갈 때는 숲으로 걸어갔는데 돌아가는 길에 왜 강을 건너는지 의문이다. 
  둘째, 그런데 왜 헨젤은 돌을 버리며 숲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하얀 고양이를 보고 있다, 하얀 비둘기를 보고 있다라고 대답을 했을까? 숲에 버려진 아이들을 인도한 희고 아름다운 새, 그리고 강을 건네 준 하얀 오리의 관계는 무엇일까? 
  마지막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이야기의 끝이다. 생쥐를 잡으면 생쥐 털 모자를 만들어 준다는데 갑자기 생뚱맞게 이야기를 끝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헨젤과 그레텔의 숨겨진 심리적 요인에 대해 관심있으시면 “옛이야기의 매력-시공주니어” 을 읽어보세요. 옛이야기의 숨겨진 매력에 푹 빠지게 될거에요. 아! 그리고 마지막 질문의 답을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 난데없는 쥐의 등장은 비록 헨젤의 집이 보석으로 경제적인 안정을 누리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방식이 변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제 모든 걱정은 끝났다. 그리고 식구들은 아주 즐겁게 함께 살았다. 나의 이야기는 끝났다. 저기 쥐 한마리가 달려가는데, 그것을 잡는 사람은 큰 모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말에는 변한 것이 없어 보이나 내적인 태도가 변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변하게 된 것이다. 예기치 않은 재료에서 어떤 좋은 것을 만드는(쥐로 쥐털 모자를 만든것) 근면성은 오이디푸스적인 어려움과 싸워 극복한 학교 다닐 나이의 어린이에게는 훌륭한 덕목이고 실제적인 성취다. 어린이의 불안스러운 환상이 마녀가 가끔 생각나게 할 것이지만 오븐 속으로 밀어 넣어 불에 태워 물리칠 수 있는 마녀는 어린이가 없앨 자신이 있는 마녀다. 존재에 관한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미숙한 형태의 두려움들을 극복하며 그런 경험에서 많은 것을 얻을 것이다.-

4. 독후활동
 
이 책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인상깊은 것은 과자집일 것이다. 과자는 언제나 아이들에게 유혹의 대상이지만 엄마에게 제재당하는 대상이다. 과자집을 만드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식빵과 생크림을 이용해보았다. 이날 만큼은 함께 아이와 함께 과자의 유혹에 넘어가보자. 아이게게 있어서 과자는 먹고 싶은 달콤한 대상일테지만 나에게 있어서 과자는 살의 유혹이 되기도 한다. 
 
  아이가 재미있어해서 모임에 몇 번 같이 만들어 보냈는데 맛이야 어떻든 모두들 즐거워해요. (독후활동 게시판에 올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