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을 꿈꾸며

시리즈 블루픽션 37 | 김혜정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6월 26일 | 정가 11,000원
수상/추천 아침독서 추천 도서 외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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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망가져 버릴 것임을 알면서도, 망가질 그 날까지 잔인하게 운행을 계속하는 기계. 교육 제도가 망가져 가고 있다. 청소년들은 연일 지친 갈증과 신음을 내뱉고, 언론에서도 교육 제도에 돋보기를 갖다 대고 크나큰 관심을 가지는 가운데, 그 확연한 사실을 모르는 이가 몇이나 될까. 다만 알면서도 묵인할 뿐이다. 현실을 개혁하기 위한 몸부림도 하지 않은 채, ‘미친’ 제도가 스스로 부서질 그 날을 위해.

한 두 해 전 쯤, 모 고등학교 학생들이 불합리한 학교 제도에 저항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올려 큰 화제가 된 사건이 있었다. 얼마나 참다 참다 못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일그러진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세상에 제 목소리를 드러낸 학생들의 용기, 저항 정신이 참 멋지고 인상 깊었다.

그래, 우리는 마땅히 우리의 젊은 혈기, 그리고 푸르른 숨결을 지상에 널리 퍼뜨려야 한다. 불과 몇 십 년 전, 민주주의를 위해 제 한 몸 아까워하지 않았던 당당하고 절개 있는 청춘들. 그 젊은 영혼들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자유는 얼마나 값지던가. 지금의 청춘들에게는 그 한없이 빛나는 열정, 용기, 목표가 부족하다. 조금이라도 제 맘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불평불만은 조잘조잘 속사포처럼 뱉어 내면서도 왜 정작 일어나 맞서지는 못할까.

어린 아이처럼 뒷받침할 근거도 없이 사소한 일에 칭얼대라는 것이 아니다. 다수가 고통 받고 있을 때, 그 극복을 위하여 올바른 행동 근거와 함께 일어나 외치는 것. 우열반 편성, 보충수업 의무화, 학원 시간 연장 등 우리 모두의 외침이 필요한 일이 한 둘이 아니다. 앞서 말한 학생들처럼, 그리고 이 책의 닌자걸스처럼, 의견이 한 데 모아져 값진 의의를 가지는 사례도 적지 않지만, 아직은 우리가 한 데에 단결하지 못하고 있다. 순응하고, 불평하고. 반복되는 우울한 수레바퀴. 우리는 언제쯤 사인방처럼 용기 있게 옥상에 올라갈 수 있을까.

꿈을 위해 많은 이들 앞에서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 용기. 모두가 숨죽이며 공부하는 이 세상. 나 대신, 그리고 우리 대신 그 높은 곳에 올라간 그들이 고마웠다. 너무나 유쾌하고 뿌듯하게 그들의 일주를 바라보고도 현실이란 우울한 필터를 버리지 못하고 우울한 감상을 써 내려가는 지금이 가슴 아프다. 은비, 소울, 지형, 혜지. 멋진 닌자걸스 사인방. 먼저 하늘 높이 비상하여, 뒤따라갈 우리를 환영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