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
오늘은 엄마가 나를 학교에 데려다 주시지 않는대요.
엄마는 모르시나 봐요.
학교 가는 길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가를.
내가 지나가는 어느 길에나
동물들이 숨어서 나를 노리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옆집 굴뚝에는 기린이 숨어 있고요,
갈색 나무 등걸에는 고릴라가,
삐죽이 솟아 있는 풀 숲에는 고슴도치가,
공원 옆 나무에서는 얼룩말이 풀을 뜯고 있어요.
그뿐인 줄 아세요?
산책로에 줄지어 있는 나무들은 알고 보면 모두 코끼리고요,
어떤 집 앞에 있는 흙더미는 낙타,
그 옆 바위는 코뿔소가 웅크리고 있는 거랍니다.
동물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면
때론 살금살금 기어서 지나가야 할 때도 있다고요.
또 어느 집 현관에는 하마가 버티고 있고요,
정원에 서 있는 나무들은 무서운 갈색의 불곰들이기도 하답니다.
얼마나 무서운데요.
세탁소 앞을 지날 땐,
물고기들이 득실거리는 물 웅덩이를 헤엄쳐 건너기도 해야 되거든요.
맛있는 과일들이 진열된 과일가게에도
얼마나 동물들이 많이 산다고요.
이제 조그만 더 가면 학교에요.
오 이런, 학교 담장에 있는 담쟁이 덩굴도
자세히 보면 우글거리는 도마뱀이란 걸 엄마는 아실까요?
나는 엉금엉금 기어서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아이고 이제야 겨우 살았네.
근데 집에 갈 땐 또 어떡하죠?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펼쳐지는 상상력은
아이들에게 언제나 꿈과 재미를 주는 도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