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고양이구나.
아마도 이 빨간 통은 쓰레기통이겠지. 빨간 쓰레기통 앞에 있는 작은 생쥐. 생쥐는 뚜껑이 들썩들썩 거리는 걸 보고는 도대체 뭐가 들었을까? 궁금해한다. 궁금해하는 동물이 생쥐라는 걸 염두에 두었다면 통에 들어있는 주인공이 고양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아마도 고양이일지도 모른다는 힌트를 찾아내지 못한 나는 그림책 속의 생쥐처럼
도대체 통 안에 들어 있는게 뭐지? 뭐가 나올까? 궁금해 하며 한 장 한 장을 넘겼다. 줄무늬가 언뜻 비치니 얼룩말일까? 삐쭉삐쭉 긴 발톱이 보이니 어흥 사자일까? 이번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눈이 보인다. 누구지? 부엉일까? 살랑 살랑 긴 꼬리….. 으악 으악 악어일까?
그런데 빨간 통이 넘어간다. 쿵 뭐가 들었지. 야아옹 고양이었다.
아하 고양이가 통 속에 들어 있었구나. 다시 앞으로 들쳐본다. 그래, 고양이한테 줄무늬가 있지, 긴 발톱도 있고, 번쩍 번쩍 빛나는 눈도 있고, 꼬리도 길지….. 그러고보니 고양이가 맞다. 고양이일지도 모른다는 힌트를 얻을 만도 한데 빨간색의 통이 주는 강렬함과 작은 생쥐의 호기심 많은 상상 때문에 어른인 나도 그냥 책 속에 빠져 버렸다. 그러니 아이들은 오죽할까? 아이들도 ‘뭐가 들어 있을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기다가 마지막에 고양이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아하’ 하고 소리를 지른다. 고양이의 꼬리를 보고 악어를 상상하는 게 좀 어울리지 않는다 싶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상상력이란 때로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비약하기도 하니 꼭 과장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듯하다.
빨간 통 옆에서 아님, 뚜껑 위에 올라가서 이러저리 탐색하는 생쥐의 모습과, 통안에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동물을 상상해보고 흉내내는 생쥐의 몸짓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것을 살피는 것도 이 책을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