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어떤 강연인지… 선생님의 말씀인지 기억조차 가물거립니다만,

그 내용에서 ‘말을 아름답게 하려면 시를 읽어라’는 말은 뇌리에 오래도록

저장되어 아이에게 늘 좋은 시를 읽어주는 걸 의도적으로라도 자꾸 하고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하다 문득 하늘을 보았습니다.

날씨가 추워 나무들이 훌훌 옷을 벗듯 나뭇잎들을 자꾸 자꾸 떨어뜨렸습니다.

“와~, 나뭇잎이 비처럼 내린다. 나뭇잎 비.”

아직 많이 잎이 많이 달린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부서지듯 쏟아집니다.

“햇님이 숨바꼭질 해요. 햇님이 어디 숨었지.”

아이가 걸어갈 때마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비추었다 안 비추었다 하는 걸

보고 아이가 말합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예쁘고… 그런 생각을 하기까지

동시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제가 동시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나무는 즐거워> 동시집을 만났습니다.

동시야 놀자 시리즈는 특히나 아이가 너무나 좋아하는 동시집입니다.

학교에서 동시집을 가져오라고 하면 동시야 놀자 책을 가져가서 친구들이 다

부러워 했다고 자랑하는 아이입니다.

책도 아담하고 시 또한 아름답고 재미있는 일러스트는 읽는 맛와 더불어

보는 즐거움를 더합니다.

‘흙날’을 읽고는 오늘은 흙날이라고 불러야 겠다고 합니다. 토요일에 읽었거든요.

내일은 해날. 월요일은 달날. 화요일은 불날…… 금요일은 쇠날. 일주일에 이름을

붙여줍니다.

아이라서 그런지 유난히 애기똥풀 꽃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엄마 똥 쌌어요

뒤 닦아 줘요

울상이 된 애기똥풀 꽃

잎새를 쳐다보며 울먹였어요

오냐오냐 괜찮다

똥은 누구나 누는 거란다

잎새 엄마 뒤 닦아 준 뒤

환히 웃는 저 노란 꽃

똥마저 노래서

애기똥풀 꽃

그리고 개불알꽃하고… 불알이 뭐냐고 물어오길래 알려줬다니.. 너무 좋아라 합니다.

자기도 그런 적 있다면서 웃긴다고 합니다.

어제는 동네를 지나다 우연히 담장없는 집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린 것을 보더니

아이가 “엄마, 엄마 감나무가 아기 감 다칠까봐 못 내려놓나 봐.” 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네. 아이는 지금도 <나무는 즐거워>를 봅니다.

아이의 생각이, 아이의 마음이 시처럼 아름다운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